[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여부에 대해 경제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명목상 자문을 요청해놓고 사실상 참고인 조사를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최근에는 반대쪽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언론이나 세미나 등 공개석상을 통해 일관되게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국제회계기준인 IFRS을 우리 자본시장에 적용하면서 정작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생긴 논란이라고 지적해왔다.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이나 법원 등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내린 것을 뒤집은 배경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비판적이었다.

 

앞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6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대해 통상 1~2주를 넘기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검찰은 한 달 넘도록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은 불기소 가능성이나 기소 유예에 대해서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 이런 가운데 물밑에서는 이 부회장을 기소할 논리를 찾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출석 요청을 받은 경영학 전문가는 날짜를 두어개 정해주고 검찰청으로 나오라고 하더라이메일을 보낸 시점에서 검찰이 말한 날짜가 촉박하기도 했고, 자문을 구한다면서 마치 참고인처럼 부른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고사했다고 밝혔다.

 

검찰로부터 출석 요청 이메일을 받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도 일전에도 금융감독원과 같은 관련기관에서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는 미리 스케쥴을 확인하고 연구실에 찾아왔었다어떤 부분에 자문을 구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통보식으로 (검찰청에) 나오라고 하길래 거절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자문을 구할 경우, 이번처럼 일방적인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자문 대상과 미리 날짜를 협의하고 질의내용을 대략적으로 알리기도 하지만 이같은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영학 전문가는 “(검찰이)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측의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안다이후 문제없다고 한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부른 것을 보아, 검찰이 (기소하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에 맞는 논리를 찾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 마무리 과정에서도 논리 다지기에 몰두하는 것은 수사심의위 권고가 검찰에게 계륵이 됐기 때문이다. 위원 13명 중 10명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의 부담이 커졌다. 검찰은 8번의 권고안을 모두 따랐다. 이번에만 기소를 강행한다면 수사심의위를 스스로 무력화하며 검찰개혁의 기치를 퇴색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반대로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 저인망식 수사를 펼치고도 공소 유지조차 하지 못하는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기소 유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일부 소명되지만, 범행의 경중, 범행의 수단과 동기, 범행 후 피의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수사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설득하지 못했지만,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검찰의 명분을 지킬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고견을 듣겠다고 하지만, 모양새는 참고인 조사가 아니냐. 전문가들에게는 삼성 건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학문적 양심과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행보를 보면 지향점이 분명하다수사심의위 권고에 반하는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면서 명분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