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합병사건 가중적 양형조건 될 수 없어” 반박
재판부, 다음달 7일 삼성 준법감시제도 평가 청취
21일 결심공판 진행 후 마무리‥이르면 내년 1월 선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특검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데 이어 이 부회장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자체가 이 부회장 등의 유·무죄를 다투는 게 아니라 양형에 대한 심리로 집중되고 있다”며 질의할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30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7차 공판을 열고 다음달 21일 최종변론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다음달 7일 공판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를 청취한다. 전문심리위원 3명은 다음달 3일까지 재판부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21일 증거와 양형에 관한 모든 의견 진술을 마무리하고, 양측의 최후 변론과 진술을 들은 뒤 변론을 종결할 방침이다.

 

통상 변론 종결 이후 선고까지 1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1월 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내년 2월 중에는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한편, 이날도 박영수 특검팀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며 ‘엄벌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이 자신들의 주장을 꿰어 맞추기 위해 사안이 다른 판결을 들어 양형 불가를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판결문,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관련 공소사실 요약본을 증거로 추가 제출했다. 그러면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확정된 판결문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넸다”면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조직적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회장이 (금전지원) 요구에 따른 것은 이에 편승해 직무 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제공한 것이라고 (판결문에) 판시했는데, 적극적인 직무인 점을 명시하는 부분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인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냈다”며 “삼성의 준법감시 제도뿐 아니라 양형을 가중할 만한 사유들도 균형 있게 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의견진술 이후 이를 포함한 공방을 위한 공판기일이 필요하다”며 “권고형 범위의 이탈사유가 있는지, 집행유예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 특검과 이 부회장 등이 진술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 신문을 요청했다. 

 

오히려 특검은 형량을 가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선고들을 보면 단순 가담자나 상사의 지시에 의해 연루된 경우에도 실형이 선고됐다며 “금고형의 실형이 선고돼야 헌법과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특검의 주장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는 수동적으로 이뤄진 만큼,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국정농단 사건의 성격은 대통령의 직권남용 요구에 의한 수동적 지원”이라며 “(박 전 대통령 판결문에서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 경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반론했다. 이어 “공무원으로 인해 공여자의 의사 결정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은 공여자에 대한 중요한 양형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군사독재 시대와 달리 경제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우월한 시대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도 CJ 사례를 들어 반대 의견을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한 뒤) CJ그룹은 검찰의 추가 수사와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이어졌고 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서 사퇴, 이미경 부회장은 사퇴 후 출국했다”며 “여전히 대통령에게 권력과 권한이 집중된 사회적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기업이 대통령의 요구에 거절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또 특검이 ‘양형 불가’를 주장하며 언급한 사례들에 대해서도 “양형의 조건, 범행의 동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완전히 다른 사건을 가지고 양형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처럼) 공여자가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전제한 뒤 “신세계와 대림산업의 경우 지원을 거절한 건 대통령 요구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아울러 특검이 경영권 승계 의혹 공소장 내용을 서술한 데 대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고 결코 사실이 아니다. 합병사건은 가중적 양형조건이 될 수 없다”며 “양형 공방을 위한 공판기일을 지정해달라는 것은 기일 지연을 위한 좋지 못한 제안인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록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이 전원 참석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상당 부분을 무죄로 보아 ㅍ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2심이 무죄로 본 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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