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괴담 나비효과로 ‘불산 공장’ 날렸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12107일 오전 불산가스 유출사고 피해를 입은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를 찾아 말라죽은 비닐하우스 고추를 살펴보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은 지난달 4일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한 핵심소재 3종에 대해 수출규제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7일 핵심소재 중 하나인 ‘불산(고순도 불화수소)’ 확보를 위해 청와대의 호출도 마다한 채 일본으로 출국했고, 이 부회장을 그토록 급박하게 만든 불산이 ‘왜 국산화가 안됐는지’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 문제를 두고 “(7년 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일조한 덕분”에 불산 국산화가 안됐다는 취지로 ‘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스페셜경제>가 왜 그런지 면밀히 짚어봤다.

■ 文 트윗의 나비효과…“불산 공장 하나가 날아갔다”


2012년 9월 27일 경상북도 구미 4공단의 휴브글로벌이라는 불화수소 생산공장에서 불산 유출이 발생해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 열흘 후인 10월 7일,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문 대통령은 방진마스크를 낀채 현장에 나타나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말라죽은 고추를 들여다보는 강렬한 사진을 남겼다.

이후 집에 돌아온 문 당시 후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구미 불산가스는 지금부터라도 유출된 가스의 독성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열흘이 지났는데도 제가 갔을 때 목과 눈이 따갑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무심코 곁에 다가왔다가 기침을 해댔습니다.”

이 짧은 글은 현장에 갔다 온 사람 옆에만 가도 기침이 날 정도로 위험한 독성이 있다는 식의 불산 괴담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달 12일 매체 사설을 통해 “의도했든 아니든 문 후보가 일조한 괴담 덕분에 불산 공장은 혐오시설로 낙인찍혔고, 실제로 공장 하나가 날아갔다”고 밝혔다.

안 논설위원은 “구미 유출 사고는 사고와 수습 과정에서 작업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어진 후진국형 인재였다”며 “불산 자체보다 관리감독 시스템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유력 정치인의 과장된 표현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피해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불산 공포를 조장했다”고 힐문했다.

그러면서 “불산이 맹독성 화학물질인 건 사실이지만 휘발성이 강해 열흘이나 공기 중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 견해였는데도 말이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12107일 올린 트윗 내용 (출처=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 ‘자가당착’에 빠진 文? 대통령 된 뒤 “변화 적극 추구 않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안 논설위원으로부터 불산 괴담의 ‘일조자’로 지목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일본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향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협력에 안주하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당시 민주당과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국내 불산 공장을 문 닫게 한 것에 기여했다는 점을 들며 ‘자가당착’에 빠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당시 후보의 ‘아내가 기침해’ 트윗을 두고 “(불산이) 토양에 내려앉으면 칼슘·규산 등과 결합해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물질로 변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했을까”라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멕시켐이 3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3만t 규모의 불화수소 생산공장을 짓기로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투자유치협약을 체결했지만 결국 그가 속한 정당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로 무산케 만들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규제 때문이라니, 이제 와서 국산화라니 당신들은 얼굴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도 5일 페이스북에 “광양항만공사 주변에는 당시 '불산 공장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수없이 내걸렸지만 지금은 민주당도 지역 환경단체들도 그 사실을 기억조차 못하는 것 같은 표정들을 하고 있다”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금시초문이라는 정신 나간 표정으로 불산 공장이 없는 것을 국내 중소기업에 발주하지 않는 대기업 탓으로 돌렸다”고 힐책했다.

정 주필은 “당시 민주당은 이 사고를 최대한의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려 반(反)화학 물질 캠페인을 벌여나갔다”며 “이는 나중에 화관법(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을 더욱 엄격하게 개정하는 동력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관법은 몇 차례의 법 개정과 시행령 개정을 거쳐 화학물질안정관리 수준을 극적으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 한국에서는 화학물질 공장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무서운 사업으로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삼성 망해라 저주 퍼붓던 사람들…귀한 줄 좀 알았더라면”

화관법은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산 등 핵심소재 국산화를 외치고 있어 업계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2013년 당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취급시설을 기존 79개에서 413개로 늘려 삼성 같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설비투자가 어렵도록 만들었다.

당시 재계에선 사업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 완화를 성토했지만, ‘화평법을 무력화시킨다면 박근혜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현 성남시장)의 발언 등이 겹치면서 이 법은 끝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사설을 통해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는 불산 유출 사고가 터지자 민주당은 삼성을 공격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며 “사고 의혹을 캐겠다며 국정감사에 삼성전자 사장 출석을 줄기차게 요청했다”고 회자했다.

그는 “또 화관법 등을 통과시켜 한국에서 소재산업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도록 아예 규제로 단단히 옭아맸다”며 ”이걸로도 모자라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2017년 핵심기술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거 국감 때 받은 정부의 삼성전자 종합진단보고서를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언론에 공개해 버리기까지 했다“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비단 이 정부 들어서 뿐만이 아니라 삼성은 이전부터 이렇게 지금의 여당 인사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렸고, 어차피 공장 설립은 엄두도 못 내니 소재는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방점을 찍었다.

끝으로 안 논설위원은 이렇게 개탄하며 사설을 마무리했다.

“대통령 주변뿐 아니라 대통령 본인도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무 힘없는 국민들도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칠 지경인데 대통령은 기업인들 불러다 일본 타도 결기를 다지는 듯한 분위기이니 말이다. ‘삼성 망해라’ 식의 저주를 퍼붓던 이 정권 사람들이 진작 삼성 귀한 줄을 좀 알았더라면 지금 사정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어째 지금도 삼성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후 EUV동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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