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 보도로 검찰과 언론이 모두 비판을 면치 못하는 신세다.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형법 126조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십 년 간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기소 사례는 전무해 사실상 사장된 조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입장이 사안과 정파에 따라 달라진다는 데 있다.

현재 조 장관을 지지하는 여권 측에서는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를 거론하며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비판하고 있다. ‘논두렁 시계’ 등 망신주기 수사로 노 대통령의 도덕성을 바닥으로 추락시켜 사지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당시에는 검찰이나 특검, 언론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보도 역시 지금과 다를 것 없이 검찰의 수사 내용들을 담고 있었음에도 그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가 없었지만, 이제와 피의사실 공표를 거론한다는 것은 이중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피의자 신문조서가 통째로 돌아다니고, ‘안종범 수첩’ 같은 핵심 수사 자료가 언론에 공개되는 등 당시에도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심각했지만, 80%를 넘나드는 국민여론에 힘입어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와 민주당이 대언론 수사 공보를 사실상 금지하는 훈령 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검찰이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수사관계자들만 아는 내용이 여과 없이 보도돼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됐던 ‘피의사실 공표죄’를 정부여당이 적극 부활시키려는 데 대한 반발차원이다.

사회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를 두고 정파적 입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면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렵다.

조 장관 자신의 SNS에서 “피의사실 공표도 정당한 언론의 자유 범위에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방지를 통해 인권보호가 필요하다 해도 현 법무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 중인 현재로서는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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