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 성인후견 심판에 참가인으로 참여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전망이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에 대한 반격에 나서면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점화된 모습이다. 

 

6일 법조계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서 참가인은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다. 

 

한국테그놀로지그룹은 지난해 3월 조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형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형인 조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를, 동생인 조 사장은 핵심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를 이끌어왔다.

 

형제경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조 회장이 차남인 조 사장에게 기분을 넘기면서다. 조 사장은 지난 6월 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그룹 지분 23.59%(2194만2693주)를 조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조 사장의 그룹 지분은 19.31%에서 42.9%로 늘면서 경영권 승계가 유력시됐다. 

 

지분을 넘겨받을 당시 조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대표직을 사임한 상태였다. 협력업체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총 6억1500만원을 받고 관계사 자금 2억63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조 사장은 항소심을 앞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미리 지분을 넘겨 조 사장이 승계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고 항소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조 부회장(19.32%)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씨(10.82%)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97%에 불과해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조 이사장이 ‘평소 사회 환원을 강조했던 아버지의 뜻과 다르다’며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조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냈다. 차남에게로의 주식 양도가 건상한 정신상태에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다음날 “충분히 검증을 거졌다고 판단해 차남을 최대 주주로 미리 점찍어뒀다”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후 조 부회장이 지난 8월25일 조 회장의 성년 후견 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임을 밝히며 “최근 결정이 주변 사람으로부터 얻은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있다. 법적 절차 아래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됐다. 

 

조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채비를 마친 모습이다. 성년후견 건은 법무법인 로고스에, 경영권을 포함한 법적 자문은 법무법인 원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원은 기업경영 자문과 인수합병(M&A), 기업 분쟁 사건에 강한 로펌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버지·동생과의 전쟁을 각오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형·누나와 분쟁에 놓인 조 사장도 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말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조 사장은 조 회장에 대한 성인후견을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시선은 차녀 조희원씨에게 쏠리고 있다. 조 씨가 분쟁에 합세하면 3 대 1의 구도가 형성돼 조 사장으로의 지분 양도를 문제삼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셈이다. 

 

조 씨는 관계인으로 직접 의견서를 제출해 명확한 입장이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조 회장과 조 사장에게 본인 명의의 계좌에 있던 자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며 출금 내역을 설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조 씨도 경영권 분쟁에 가세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조 씨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밝힌 만큼, 이번에도 한 발 물러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조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법원은 가사조사 명령을 내렸다. 재판장이 법원 조사관에게 성년 후견의 필요성 등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는 절차로 통상 4∼5개월이 걸린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경우,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년6개월이 걸렸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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