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상법 개정안에 따른 파급력 분석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시총 377조 의결권 제한
감사위원 선임 비용 하락…투기 펀드 악용 우려

▲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377조원에 달하는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보다는 외국계 투기펀드를 위해 악용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일 보고서를 통해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상장회사 500개사를 대상으로 상법 개정안이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 평균 47.0% 가운데 3%만 행사 가능해 93.6%에 해당하는 44%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되는 의결권의 시가총액은 약 377조원, 규제 대상기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시가총액 416조원의 90.8%에 해당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따른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 비중은 감사위원회 의무도입 기업(39.4%)보다 중견·중소 상장회사 등 자율도입 기업(45.5%)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자산 2조원 미만 중소 상장회사들(377개사)이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운영했지만 직접적인 규제를 받게 됐다. 감사위원 선임 규제가 감사위원회 자율도입 인센티브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경총의 지적이다. 

 

또 감사위원 분리 선임 대상기업의 51.8%가 자산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구간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인데, 최대주주 등의 지분 중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분율은 5000억원 이상 자산 1조원 미만 규모에서 가장 크게(49.1%) 나타났다.

 

경총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 강화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보다는 외국계 투기자본 같은 기관투자자만을 위한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주요기업에 감사위원을 추천하고 실제 선임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소액주주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감사위원 후보 추천(주주제안)만을 위해서도 상장회사 기준 최소 0.5%의 지분 필요, 삼성전자 약 1조8000억원, SK하이닉스 약 3200억원 등 수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최소한의 지분인 3%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10조7000억원, SK하이닉스 1조9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시 보유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은 소위 지분 쪼개기로 복수 기관에 지분을 분산시킬 수 있는 외국계 펀드 등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대주주 등은 합산 3%룰로 인해 직접적인 의결권 제한을 받는 반면, 외국계 펀드 등 나머지 주주는 보유 지분 전부를 활용할 수 있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거 소버린, 칼아이칸 사례와 같이 외국계 펀드 등이 국내기업의 지분을 3% 이하로 쪼개어 접근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게 경종의 우려다. 

 

경총은 또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최소 비용의 대폭 하락으로, 투기 펀드나 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외국인 지분 보유 비율이 높은 대기업의 경우, 개정안 시행으로 진입 비용이 크게 줄어 해외 펀드 등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증가하고, 최대주주의 선임권은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회사의 이사인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첫 단계부터 3%로 제한해 공격 세력이 확보해야 할 지분 규모를 대폭 축소시키고, 이는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이사회에 투기 세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등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가 시가총액 2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 A사의 이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는 800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개정안 통과 이후에는 6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보고서는 개정안으로 인해 외국계 투기 펀드 등 적대 세력이 국내 기업 이사회에 진입할 경우,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사의 높은 권한을 무기로 기술 유출, 단기적 배당 정책 추구 등의 부작용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선임 규제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외국계 등 펀드의 입김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의결권까지 크게 제한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대주주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은 외국계 펀드 등을 포함한 2대, 3대 대주주는 의결권 합산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비교해 과도한 역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3% 룰의 약점을 이용해 외국계 펀드가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국내 기업 이사회 진입을 시도한 사례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그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 결집, 정보 요구권 행사 등 국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이 활용됐던 경험을 국회에서 한번 더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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