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어 두번째 회동…친환경차·UAM·로보틱스 협력 방안 논의
‘스마트 모빌리티’ 대한 관심 바탕으로 전방위 협업 ‘가능’
업계 “4차 산업혁명, 시장 주도권 잡을수도” 기대감 ‘솔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1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회동하고, 미래자동차 기술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사진 제공=양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K 모빌리티로 뭉쳤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각각 이끄는 두 그룹의 수장이 21일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경영진과 함께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진과 이 부회장 일행을 맞았다.

두 수장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의 회동은 2달 사이 벌써 2번째. 1995년 삼성자동차 설립 이후 그룹 간 교류가 끊겼던 만큼, 이번 회동에 대해 업계는 물론 재계의 관심도 높았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회동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두 그룹 관계자는 수장들의 랑데뷰에 향후 협력방안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달리 기념사진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수장의 교감은 한층 깊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좁혀진 기술 격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급속한 산업계 지형 변화 등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헤쳐나갈 미래는 녹록치 않다. 그룹의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하고 중장기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에 주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수장은 자율주행차와 수소 전기차 등을 시승하며 협업의 필요성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두 그룹의 협력은 필연이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전장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미래차로의 전환에 선제적으로 나선 현대차는 서로에게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에 따라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두 그룹의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래 모빌리티 그리는 현대차

현대차는 수소차·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23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2025년에는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기록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가 나오는 내년을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고성능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 고성능 배터리의 확보에 현대차의 미래전략이 달렸다. 배터리 부품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셈이다.

이르면 2~3년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은 지난해 326GWh로 과잉 공급이었지만, 2023년에는 공급량은 776GWh인 반면 수요량은 916GWh를 넘어서며 공급 부족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해 세계 시장에서는 토요타-파나소닉, GM-LG화학, 폭스바겐-SK이노베이션 등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의 야심은 현대차에게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테슬라는 중국 CATL 100만마일(160)을 주행할 수 있는 반영구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은 물론, 자체 생산을 위해 테라팩토리건립도 검토 중이다. 경쟁업체보다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오토파일럿기능으로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경쟁력 역시 높이고 있다.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에서나 첨단기술력에서 테슬라는 전기차에 이어 미래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그리고 있다. 이와 관련, 올해 초 'CEO 2020'와 이달 초 수소 모빌리티+를 통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UAM을 구성하는 개인용 비행체(PAV)나 운송수단이자 고정 시설물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PB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IT)와 소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고성능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전장·AI·5G 등 키우는 삼성

삼성전자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미래 성장 동력은 현대차의 이해와 맞아 떨어진다. 지난 2018180조원의 투자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육성하고 있다. 모두 미래차의 핵심 분야다.

특히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근 10년 간 공들이는 분야다. 우선 미래차의 두뇌로 불리는 전장반도체의 경우, 지난 2016년 글로벌 1위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후 2018년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5월 아우디 A4 모델에 엑시노스 오토 8890’이 탑재됐고,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도 엑시노스 칩이 공급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을 직접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의 전고체전지 기술은 현대차의 미래차 구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전고체전지는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특히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함으로써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였다. '네이처에너지'에 게재되며 기술력이 입증됐다,

이와 함께 통신 분야에서도 삼성은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차세대 통신 기술로 꼽히는 6세대 통신(6G) 비전을 공개했다. 이르면 2028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6G는 최대 전송속도는 1000기가비피에스(Gbps)에 무선 지연시간은 1000마이크로초(μsec·100만분의 1) 수준이다. 5G 대비 속도는 50배 빨라지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 밖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삼성SDI5세대 배터리, 하만과 공동개발한 디지털 콕핏등 미래차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이 가능하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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