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노동3권 보장' 약속 지켜

▲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대표교섭위원, 왼쪽)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공동교섭단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의 사측과 진행된 단체교섭 상견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351년 만에 마주 앉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병철 창업주부터 시작된 무노조 경영을 깨고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가 노조활동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할지 결정하는 단체협약의 첫 걸음인 만큼,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 사측과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상견례 겸해 1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삼성전자 노조 4곳이 모인 공동교섭단에는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과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비롯해 교섭위원 10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측에서도 나기홍 경영지원실 인사팀장(부사장)과 최완우 DS부문 인사담당 전무 등 11명이 참석했다.

 

이번 교섭을 위해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꾸렸다.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에서 7, 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3노조)에서 각 1명씩 참여했다.

 

단일 소통 창구가 없는 만큼, 4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금속노련이 권한을 위임받아 교섭을 진행한다. 나머지 3개 노조는 상급단체가 없다.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타계한 고() 이건희 회장의 명복을 빈다며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한 고인의 유지가 이어지기 위해 앞으로 삼성이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의 괄목한 성장 속 노동자들의 눈물과 헌신을 잊어선 안 된다. 초일류 100년 기업의 첫걸음은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조활동을 인정하는 것이고, 상견례가 바로 그 역사적 현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대등하고 평화로운 단체교섭의 첫 단추를 끼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기홍 부사장은 김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노사관계 재정립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전에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단체협약 체결에는 실패했다.

 

나 부사장은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중요성도 인식해가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며 발전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노사는 노조의 실질적인 활동 보장을 놓고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노사 양측은 앞서 두 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한 만큼, 이날 교섭에서는 단체교섭 관련 기본 원칙과 단체교섭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조건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양측이 서명한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교섭에 참여하는 시간 등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단체협약(단협) 체결 이전이라도 임시 사무실을 제공한다. 또 월 4회 정기교섭을 진행하되 필요하면 실무 교섭을 개최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주 안으로 교섭안을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며, 다음 교섭은 이달 17일 개최된다.

 

김 위원장은 상견례 이후 브리핑 자리에서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은 노사관계가 돼야 한다삼성 그룹사의 단체교섭에 대표이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교섭장에 나와 실질적인 교섭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출발은 화기애애하다.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와 준법 경영 강화 의지를 수차례 밝힌 영향이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이 노조에 대해 얼만큼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지에 따라 단협 체결까지 과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측과 5차례 단체교섭을 했지만 끝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를 요청했었다. 지난 728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충남 아산 사업장 내 노조 사무실 제공, 교섭기간 내 노조 유급 전임자 2명 인정, 회사 내 정당한 노조 활동 인정 등을 시행하는 방안에 임시 합의하고 교섭을 진행 중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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