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국회의원도 개입"...은행권 채용비리 추적한 시사직격

최문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5-24 19:06:30
'신입행원 특이자' 제보 문건 공개

 

[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지난 2018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폭로로 은행권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권이 연루돼 사회적 불의를 빚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의혹을 비껴갔다. 이후 정황이 적발돼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조용병 회장을 비롯한 신한은행 관계자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 채용관련 제보자 제공문건 (KBS 시사직격 방송화면 캡쳐)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은 신한은행 채용비리와 관련된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방영된 '대한민국 채용 카르텔 1부: 은행과 청탁자들' 방송에 따르면 은행권 채용 비리엔 은행권 관계자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인사, 전직 장관 등 고위 공직자, 여‧야 국회의원 등 사회 고위층이 촘촘히 얽혀 있다.

<시사직격> 제작진이 입수한 내부 문건은 엑셀 파일 형태다. 해당 파일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신한은행 내부 인사자료가 적혀 있다. 그 중 문제가 된 것은 ‘신입행원 특이자’ 명단이다.

특이자는 채용 과정에서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원자의 배경을 표기하기 위한 기능으로 활용됐다. 예를 들어 친인척 등의 인적사항 등이 적혔다.

 

▲ 신한은행 부정채용 혐의 지원자 명단 (KBS 시사직격 방송화면 캡쳐)


특이자 명단엔 비고란과 경로란이 있었다. 비고란의 경우 해당 지원자와 관련된 전화를 했던 인사들의 이름이 적혔다. 금융감독원 관료, 국회의원, 전직 장관 등의 이름이 등장했다. 경로란엔 전화를 받은 신한은행 내부 인사들이 표기됐다. 이 중엔 CEO인 조용병 회장도 있었다.

실제로 2015년 신한은행 채용 면접 평가서류에는 “매사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고객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재로 판단돼” 최하위 면접 점수인 DD점을 받은 지원자가 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신한은행 전 직원은 방송에서 “청탁자의 자녀나 친인척의 명단을 검증하는데 합격자 부류에 있는 자는 자동 합격이지만 합격자 명단에 없는 자는 합격자 명단에 끼워 넣어 합격자로 수정하고 외부 청탁자 대부분의 경우 블라인드 면접에서 탈락해도 합격자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특정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미리 알려달라고만 했을 뿐 실제 인사 부정은 인사담당자의 독단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일축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한 결과 작성된 검찰의 공소장엔 더 나아가 지원자들의 점수가 조작됐다고 적혀 있었다. 공소장엔 범죄 혐의 일람표가 기재됐다. 지원자의 합격‧불합격 여부가 기록돼 있고, 내부 문건에 등장한 비고란의 청탁 요청자 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됐다.

 

▲ 신한은행 채용청탁 가담 의혹 관계도 (KBS 시사직격 방송화면 갈무리)


신한은행 채용 청탁 리스트에는 여‧야당 국회의원도 언급됐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의 K의원(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시 새누리당 소속의 K·J 의원(현재 미래통합당 소속)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은행이나 금융감독위원회를 감시‧감독하는 업무를 맡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위원이던 당시 인사 청탁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승수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정무위원회 국회의원이 은행에 채용과 관련해서 전화를 했다는 팩트는 인정이 됐다”며 “그 전화에서 청탁 대상이 된 사람이 점수조작을 통해 부정합격을 했다. 그 전화와 이 부정합격이 된 사실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은행 채용 비리에 연루된 금감원 직원이 신한은행 인사 청탁 관련 문건에도 이름이 등장했다. 신한은행 채용 비리로 인해 금융권과 정치권이 서로 얽힌 카르텔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심상정 의원은 “서로 약점을 잡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공모해서 은폐하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비판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조용병 회장이 채용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개입한 사실은 없으며, (해당 인사 청탁비리는) 조 회장이 취임하기 전 발생한 일이기에 조 회장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청탁리스트에 없는 다른 면접 점수 하위권자들도 합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KBS시사직격]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문정 기자
최문정 기자
이메일 다른기사보기
스페셜경제 기자 최문정입니다. 항상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