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원혜미 기자] 보통 주식은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그 반대의 개념을 가진다. 즉, 공매도에서 이익을 보는 쪽은 기관·외국인 투자자, 손해를 보는 쪽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라는 오해 섞인 갈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견해가 분분하다. ‘공매도가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에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매도가 없다면 주식 가격이 원래 가치보다 고평가받는 거품이 발생하기에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개미들은 공매도가 기관·외인들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금융전문가들은 대부분 공매도의 순기능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매도의 명과 암을 짚어봤다.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에 금지 조치

"불법 공매도 감시·감독 및 처벌 강화해야"

  

◆국내시장에서 공매도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 있으면, 자신이 보유하지 않더라도 해당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고,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그 주식을 다시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시세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0원인 A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A종목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1000원에 공매도 주문을 낸다. 이후 실제 주가가 800원으로 하락했을 때 A종목을 되사들여 200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처럼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낸다. 

공매도는 크게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로 나뉘지만, 국내에선 자본 시장법상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어 주식을 빌린 다음 그것을 팔고 나중에 사들여 갚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차입 공매도 제도는 1996년부터 허용됐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도 현재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차입 기간이 한정돼 그 한계성이 뚜렷하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닌 증거금을 담보로 빌리는 것이어서 웬만한 신용등급으로는 거래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수백억을 보유한 슈퍼개미가 아닌 이상 공매도 거래는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는 주로 기관과 외인들이 하고 있다. 

공매도의 역기능

개미들이 공매도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공매도의 부작용이 드러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다. 당시 헤지펀드들은 급락하는 주식 시장을 틈타 금융회사 주식을 공매도해 금융위기를 더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2008년 모든 주식의 공매도를 금지했고, 2009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비금융회사 주식의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으려면 반드시 주가가 하락해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나쁜 소문을 조작해 유포하거나 관련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시세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개미들이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개미들은 대주거래만 되는 반면, 기관·외인은 대차거래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개미들은 상승장만 기대하지만, 기관들은 상승장은 물론 하락장도 원하게 되는 불공평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공매도의 순기능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서 공매도의 순기능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개미들의 공매도 ‘전면 폐지론’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8일 한국금융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공매도와 자본시장’ 정책 심포지엄에서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주문 불균형 해소 등을 제시했다.

변 교수는 “공매도 제한은 시장 유동성에 악영향을 주고, 가격발견 기능을 늦춘다”며 “매수주문이 밀려있으면 공매도 주문은 미체결 매수주문을 소화하기 때문에 주문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시장에서 외인들은 매수주문이 쌓여있을 때 그러한 주식에 대해 보다 많은 공매도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며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를 금지했던 국가인 미국, 영국, 일본 등은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논란, 해결 방안은

변 교수는 개미들 사이에서 공매도에 대한 적대적 견해가 만연된 데 대해서는 공매도 제도 운영의 미비점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변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시장에 대한 참여 제약과 기관 및 외인에 대한 불평등이 주요 내용”이라면서 “공매도의 이익은 기관이 얻는다며 언론은 이들을 옹호하고 있다는 오해가 깊숙하게 퍼져 있고, 경제적 관점에서 시작해서 정치적 이슈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관련 불안정해진 국내 증시 안정 방안으로 지난 3월16일부터 6개월 간 시행됐던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년 3월 15일까지 6개월 추가 연장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반발해온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이끈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13일 공매도 금지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공개 표명했고, 국회에서는 공매도 금지 및 제한적 허용을 담은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금융당국이 반영했다는 관측이다.

변 교수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감독 및 처벌 강화 △공매도 관련 정보의 투명성 강화(업틱룰 예외조항 개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방안 모색 △공매도 가능 리스트를 시가총액과 거래량, 유동성 등을 고려해 지정 △개인투자자 대주 시장 확대와 선별적 공매도 금지 조치 시행 등 관련 정책의 개선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611@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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