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세계] ‘도로 위 시한폭탄’ 라이더가 위험하다

이정화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5 10:50:37
운송보험·산재보험 가입 저조
비싼 보험료·보험사 기피 원인 지적
금융당국, 보험가입 의무화 등 추진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배달의민족·생각대로 배달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 건수는 4만9629건이다.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의 보험 가입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더를 두고 ‘보험 없이 도로를 폭주하는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비싼 보험료가 가입 문턱을 높인데다 배달대행업체의 관리까지 부실해 라이더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배달의민족·생각대로 배달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 건수는 4만9629건이다. 생각대로는 지난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현재 약 5만6000명의 배달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배달의민족의 라이더는 총 2만8100명(배민라이더 3천100명·배민커넥터 2만5천명)이다.

노동연구원도 현시점 보험에 가입돼 있는 전국 오토바이 98만대 중 배달업용 유상운송보험에 가입된 건 2만4000여대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배달앱 도입후 배달대행업체에 종사하는 라이더가 약 3만3000명 늘어 현재 약 8만3000명에 육박하지만 보험 없이 달리는 라이더들이 더욱 많다는 것이다.

라이더들의 산재보험 가입률도 채 1%가 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최근 2만~3만명으로 추산되는 배달대행 노동자 중 300명(배달대행 252명, 점포 소속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달대행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0.4%로 집계됐다. 배달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배달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배달대행용 유상운송용 보험은 1년 보험료가 대부분 1000만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경향이 많고, 산재보험은 라이더들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생략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일부 라이더는 보험사가 유상운송 보험 가입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더 A씨는 "배민 소속으로 배달대행을 하고 있는데 보험사들이 라이더의 보험 가입 거절을 다양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유상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거나, 사고를 낸 적이 있거나 벌점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세 차례 요청한 뒤에야 가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배달원 노동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배달대행 라이더의 높은 보험료 실태 고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유상종합보험의 연간 보험료가 무려 1000~1800만원 가량이 든다며 비판했다. 배달앱과 배달 플랫폼이 성장해도 노동자들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 배달원 노동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배달대행 라이더의 높은 보험료 실태 고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라이더들은 유송운송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개인용 보험에 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료가 높은 유상운송용 보험에 반해 개인용 보험은 10분의 1 수준인 100만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는 2015년 72만2246대에서 올해 6월 기준 82만9731대로 급증했다. 유상운송용 종합보험이 아닌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라이더가 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더가 꾸준히 늘면서 사고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년간 약 1800건의 배달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411건 ▲2018년 597건 ▲2019년 상반기 총 568건으로 증가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라이더 안전을 위해 배달라이더의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개선 방안을 내놨다. 보험 가입률이 저조해 사고 보장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배달종사자의 이륜차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자기부담 특약을 도입했다. 이륜차보험 자기부담금은 0원·25만원·50만원·75만원·10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자기부담금에 따라 보험료 할인율도 달라진다. 자기부담금을 100만원으로 설정하면 보험료가 188만원에서 149만원으로 최대 39만원(21%) 인하되는 구조다. 무사고를 유지하면 다음해 할인·할증등급이 개선돼 추가 보험료 인하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자기부담금 제도가 반영된 이륜차 보험상품은 이달 말부터 12개 손보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배달용 이륜차 운전자가 비싼 유상운송용 보험대신 개인용 보험에 가입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도 마련했다. 이륜차보험 약관에 가정·업무용으로 보험에 가입한 이륜차가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다 생긴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 조항을 넣을 방침이다.

보험사들은 라이더들이 생각하기에 보험료가 많이 비싸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배달대행 라이더들의 사고율이 타 운송수단 운전자보다 높고 손해율 또한 13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보험료 산출에 있어 감안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배민, 쿠팡 등 배달플랫폼 법인소유 유상운송용 이륜차의 손해율은 127.4%다. 이륜차 평균손해율(85.2%)보다 약 1.5배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보험료를 내렸으니 보험가입률이 어느정도 올라가겠지만 큰 폭으로 증가할 거란 장담은 할 수는 없다"며 "보험사측에서 위험도와 요율 등 판단을 통해 계약 인수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배달업 측에서는 보험료가 낮아졌어도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에 가입을 안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용으로 보험 상품에 가입한 뒤 편법 청구하는 배달대행 라이더가 많았다"며 "물론 개인용 보험만큼 보험료가 더 내려갈 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당국 개선책에 따라 일부 라이더들의 편법과 불이익이 많이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배달대행 업체들이 라이더의 유상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무법 배달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최근 라이더와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배달대행업체 측에서 라이더의 유상보험 가입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 확인 등 안전 운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배달업체 자체 개선책이 마련되면 보험 가입 문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차량과 다르게 이륜차는 등록 의무가 없고 법규적 관리가 명확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로 배달하는 라이더를 위한 보험을 개발했다. 사고 후 보장에 포커스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도 뒷받침 돼야 한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라이더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운전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생각대로 '유상운송보험 가입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사진출처=배달의민족,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뉴시스, 금융감독원)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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