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가격 ‘흔들’…코로나 변수로 반등은 ‘글쎄’
파운드리 경쟁사 TSMC, 2나노 공정 개발 견제 노골화
검찰, 전문가 불러 사실상 ‘보강수사’…기소 명분 찾는 듯
손발 묶인 삼성, 돌발 상황에 따른 대응도 쉽지 않아
재계·전문가 “이재용 부재 따른 경영 위기는 국민 몫 될 것”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린지 27일로 2달이 지났다. 통상 2주 안팎으로 결정을 내렸던 이전과 달리 검찰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열린 수사심의위는 10, 이 부회장 건을 뺀 9건은 결론이 났고 8번은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

 

검찰은 표면적으로 침묵했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밑그림을 꾸준히 그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문제가 없다고 밝혀 온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하고 있어서다. 이는 사실상 보강수사로,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정면 대치된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만큼, 조만간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해 입장을 매듭지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 안팎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삼성을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음에도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연이은 악재에 메모리는 안개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로 삼성의 경영 시계는 제로상태다.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삼성전자가 28년째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은 연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D램인 DDR4 8GB 현물가격은 지난 262.57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2.54달러를 기록, 이틀째 소폭 상승하면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 43.64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4월과 비교해 무려 30%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D램 가격은 소규모 거래에 쓰이는 현물가격을 몇 달 시차를 두고 기업 간 거래에 쓰이는 고정거래가격이 따라가는 식으로 움직인다. 현물가격이 반등하더라도 고정거래가격은 연말쯤에나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물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변수는 코로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을 비롯해 하반기에는 LG전자와 애플, 샤오미 등의 플래그십(전략)부터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시리즈X’와 같은 새로운 콘솔게임 출시도 앞두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스마트폰 수요가 생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다 세계 IT 기업들은 서버 증설을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이고 있다. 세계 3위 반도체 큰 손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9월 이후 미국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반도체 구매가 불가능해진 점도 악재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주요 5개 거래처 중 하나로,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한다.

 

2나노 공정으로 삼성 견제 강화하는 TSMC

 

시스템 반도체에서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대만 TSMC는 지난 25일 초미세공정인 2나노(10억분의 1m) 공정 개발과 생산을 공식화했다. 대만의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가 대만 신주시에 2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2나노 공장에는 22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2024년부터 제품 양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TSMC는 지난 512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초미세공정인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안에 8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극자외선(EUV) 설비를 갖추고 7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3나노 공정 개발을 밝힌 삼성전자에 TSMC가 대대적인 투자로 견제를 강화하며 시장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좁히려 노력해왔다. 올해 초 화성캠퍼스에 EUV 전용 V1 라인을 준공했고, 평택갬퍼스를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2분기 5나노 칩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업계 최초로 7나노 EUV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Cube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 성공했다.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POWER 10’EUV 기반 7나노 공정 칩을 공급하기로 하며 대형 고객사 확보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특성상 삼성전자는 7나노부터 3나노까지 첨단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양산은 TSMC가 먼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반도체 칩 설계까지 하는 삼성전자 대신 오로지 위탁생산만 하는 TSMC에 인텔과 같은 큰 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3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TSMC 점유율은 53.9%, 삼성전자(17.4%) 보다 3배 이상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기소 명분 쌓는 검찰

 

이런 가운데 검찰은 기소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언론이나 세미나 등 공개석상을 통해 일관되게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펼친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검찰이 부른 전문가들은 경영학과 회계학, 기업 지배구조 등을 연구해 온 학자들로 국제회계기준인 IFRS을 우리 자본시장에 적용하면서 정작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생긴 논란이라고 지적해왔다.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이나 법원 등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내린 것을 뒤집은 배경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비판적이었다.

 

검찰이 이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과정이나 방식이 일방적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소 강행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협의 과정 없이 날짜와 시간을 통보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부터 이메일로 출석 요청을 받은 한 전문가는 “(검찰이)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측의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안다이후 문제없다고 한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부른 것을 보아, 검찰이 (기소하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에 맞는 논리를 찾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이 부회장만 10차례 소환했고, 임직원 소환조사도 430여차례나 진행했다. 압수수색도 50차례나 이뤄졌다. 이렇듯 먼지털이식으로 18개월 간 수사를 벌이고도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은 물론, 수사심의위에서도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더욱이 위원 13명 중 10명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의 부담이 커졌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를 무력화하며 검찰개혁의 기치를 퇴색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 장기간 수사를 펼치고도 공소 유지조차 하지 못하는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기소 유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일부 소명되지만, 범행의 경중, 범행의 수단과 동기, 범행 후 피의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수사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설득하지 못했지만,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검찰의 명분을 지킬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의 결정이 늦춰질수록, 삼성의 경영도 추진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직접 나서왔다.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기록한 날에도 그는 반도체 현장을 찾아가 미래 반도체 기술로 손꼽히는 패키징 기술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으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국내외를 누비며 현장을 챙겼다.

 

과감한 투자도 단행하며 기술 초격차의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만 98000억원, 상반기에는 171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쏟아부었다. 지난해 시설투자에 226000억원을 투입했던 것을 고려하면 투자의 규모와 속도가 더욱 빨라진 셈이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 대규모 M&A는커녕, 코로나와 같은 돌발상황에서 국내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의사결정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사법리스크가 하루 속히 해소돼야 한다는 게 재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마스크 대란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때에서 보듯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삼성 임원들 사이에선 정신적 감옥에 갇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상적 경영이 어려웠는데 검찰도 무조건 기소를 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 전문가는 경기 침체로 내수가 바닥인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삼성이 흔들릴 경우, 그 악영향은 국민 전체가 떠맡아야 한다사법부가 과도하게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현 상황이 바람직한 개혁인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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