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상정을 보류하기로 한 합의가 결국 무산됐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하고 세부 조율을 거쳐 이날 오후 5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최종 합의·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나 원내대표가 불참하며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이날 여야 3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민생법안 199건 전체에 걸었던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오는 9일 민생 법안, 정기국회 종료일인 10일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한편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도 이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여야는 지난 6월에도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극한 대치로 이어지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원내대표 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가 들고 간 합의안을 ‘퇴짜’놓으며 불발된 바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잠정합의를 해놓고 말 바꾸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에서 의사일정 결정권한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고,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한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도 “한국당 새 원내지도부가 9일 선출되는데 협상 기회도 한 번 마련하지 않은 채 강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이인영 원내대표에 읍소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한국당의 태도변화로 오늘 원내대표 회동은 무산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당은 합의는 물론 회동 일정에도 합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예정대로 한국당을 제외하고 9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강행할지 고심 중이다.

그동안 한국당은 줄곧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협상 자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협상을 이어가며 공수처 단일안을 마련하고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등 벼랑 끝에 몰리자 결국 협상전략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은 108석으로 보수 성향의 다른 야당 의석을 모두 끌어 모아도 여야4+1의 법안 표결을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오는 10일 정기국회와 함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도 보인다.

차기 원내대표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이 저마다 ‘협상’을 강조하는 가운데 다시 투쟁에 돌입하더라도 전임 원내대표로서 협상의 장은 일단 마련해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여야 4+1은 실무 및 대표급 협의체를 가동하며 오는 9일 내년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소진시키고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표결처리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버스터로 지정된 안건은 국회법에 따라 다음 회기에 즉시 표결 절차에 들어가며 이 때는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없다.

다만 민주당에게 있어 강행돌파 카드는 ‘제1야당 패싱’이라는 논란과 함께 여론 악화에 직면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지다.

특히 지난달 27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정당 반대 시’ 패스트트랙 법안을 기한 내 표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6%, 기한을 넘겨도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은 42%로 오차범위(±4.4%p)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조사일 11월 26일, 조사대상 501명,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21대 총선 예비후보자등록일이 이달 17일인 만큼, 선거법이 포함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결국 여야 4+1은 한국당이 협상에 불참한 만큼 이번 주말까지 한국당으로부터 응답이 없을 경우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4+1 협의체는 오는 8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한국당과 합의가 끝내 불발될 경우 협의체 차원에서 단일안을 도출해 이를 처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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