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 대박 이후 고객 수요, 생활방식 주목한 신가전 발굴 집중
뷰티, 의료, 집콕 관련 제품 성장세에 HE사업본부 ‘담당’으로 승격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LG전자가 ‘제2의 스타일러’에 도전하는 신 가전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일상에서 제품의 아이디어를 발견하는가 하면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뷰티가전', '의료가전', '집콕가전' 등의 제품군을 구상하며 ‘가전’의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스타일러의 우연한 (?) 탄생


▲  LG 트롬 스타일러 블랙에디션2 제품사진 (사진=LG전자)


2011년 세상에 없던 가전이 등장했다. ‘의류관리기’라는 낯선 카테고리를 달고 출시된 LG전자의 ‘스타일러’다. 스타일러는 언뜻 보기엔 옷장처럼 생긴 가전제품으로, 옷을 빨지 않고도 생활주름이나 냄새를 제거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위생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스타일러는 올해 중국,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각각 50% 이상 뛰어 올랐다. 핵심 기술인 ‘트루스팀’이 세균과 유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스타일러의 개발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어느 날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당시 세탁기연구실장)은 부인에게 해외 출장을 갈 때 가방 속에서 옷가지가 마구 구겨지는 것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 말을 들은 조 전 부회장의 부인은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찬 상태서 옷을 걸어놓으면 효과가 있다”라는 조언을 했다. 옷이 수분을 흡수하고 마르는 과정에서 주름이 펴지는 것이 원리였다. 의류관리기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후 LG전자는 2002년 스타일러의 컨셉을 기획한 데 이어 2006년부터 본격 개발을 거쳐 2011년 스타일러를 정식 출시했다. 아이디어는 사소했지만, 제품에는 세탁기에 적용된 스팀 기술, 냉장고에 적용된 온도 관리 기술, 에어컨의 기류 제어 기술 등 ‘가전회사’ LG전자의 노하우가 총동원됐다. 개발에 적용된 글로벌 특허만 220개에 달한다.

‘홈뷰티기기’ 팀→ 담당으로 승격, ‘제 2의 스타일러’ 노린다


▲ LG전자의 뷰티 가전인 '프라엘' 제품군 (사진=LG전자 공식 유튜브 캡쳐)


현재 LG전자의 신 가전 제품군 중 ‘제 2의 스타일러’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분야는 홈‧뷰티 분야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프리미엄 홈 뷰티기기 브랜드 '프라엘'을 론칭했다. 현재 LG전자의 프라엘 라인업은 ▲LED 마스크 ▲LED 넥케어 ▲토탈 타이트업 케어 ▲갈바닉 이온 부스터 ▲듀얼 브러시 클렌저 ▲탈모 치료기 ▲눈가 주름 관리기 등 8종에 달한다.

특히 LG전자의 탈모 치료기인 ‘LG 프라엘 메디헤어’가 시장에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제품은 현재 한국의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개발하기 시작한 제품이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통해 의료기기에 준하는 ‘가전제품’ 영역에 발을 디뎠다.

LG전자는 지난달 출시를 앞두고 탈모로 인해 고민 중인 고객의 사연을 받고, 이 중 100명을 뽑아 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결과는 대박 이었다.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하루 평균 1000 건이 넘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 쏟아졌다. 예상 소비층인 30~40대 남성뿐만 아니라 20대 이하 소비자들의 사연도 20%에 달했다.

 

▲ LG전자 모델들이 탈모 치료기인 'LG 프라엘 메디헤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 프라엘 메디헤어는 헬멧 형태의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다. 이 제품은 ‘저출력 레이저 치료(LLLT)’라는 기술을 이용하며, 146개의 레이저와 104개의 LED 등 총 250개 광원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모낭 세포의 대사를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모발의 성장을 돕고 안드로겐성 탈모의 진행도 늦춰주는 것이 원리다.

‘의료기기’라는 제품군으로 출시된 만큼, 안전성도 챙겼다. 이 제품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의료용 레이저 조사기 3등급에 해당하는 의료기기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가정용 의료기기 수준에 해당하는 'Class II' 인가를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메디헤어의 구체적인 판매량은 유의미한 지표로 작성된 것이 없다”면서도 “이번 이벤트를 통해 탈모라는 고민이 나이에 한정된 이슈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홈‧뷰티기기의 성장에 담당 조직도 커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홈‧뷰티기기 관련 사업은 HE(홈엔터테인먼트, TV부문 등) 사업본부의 ‘조직’ 이었는데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홈뷰티사업 ‘담당’으로 승격됐다”라고 밝혔다. 해당 분야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고, 관련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800억원 규모였던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18년 말에는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 시장은 오는 2022년엔 1조6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제 맥주부터 반려동물 전용 청소기까지 ‘집콕 가전’ 집중

LG전자 신 가전 개발의 또 다른 화두는 ‘집콕 가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것에서 착안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고 가전전시회인 ‘IFA’ 에 참석한 LG전자가 내세운 테마는 ‘좋은 삶은 집으로부터’였다.

LG전자는 지난 7월 100만원대 수제맥주 제조기인 ‘LG홈브루’를 내놨다. 지난해 처음 제품을 내놓은 이후 가격을 대폭 줄인 신제품 덕에 홈브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가량 뛰었다. 무더위로 인해 맥주 수요가 높았던 7월 한 달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4배 수준이다.

LG홈브루는 누구나 손쉽게 나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다. 홈브루에 캡슐형 맥주 원료 패키지와 물을 넣은 후 간단한 조작만으로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맥주제조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이달 3일엔 ‘LG 코드제로 A9S 펫 씽큐’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착안해 만들어졌다.

LG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객들의 청소 과정을 간편히 하기 위해 ▲펫 전용 흡입구(천 소재의 소파나 카펫에 붙은 반려동물의 털을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흡입구) ▲간편비움시스템(먼지통에 있는 반려동물의 털을 압축하는 기능) ▲배기 필터의 항균성능 강화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느 조직에서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팀은 있을 것이다. 멈춰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LG전자는 하드웨어 부분과 소프트웨어 부분 전반에서 누적된 노하우나 축적된 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특정 제품의 수요가 확인 되면 (관련 기술을 활용해) 바로 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