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호남 차출론’…보수진영 이해득실은?

▲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홈페이지 캡쳐화면.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진영 간 명암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은 여전히 30%~40%대의 건재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우한폐렴) 사태, 또 이로 인한 서민 경제 타격 그리고 청와대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암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 선언 및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맞물려 보수대통합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호남 차출론’이 더해지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달 초,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을 호남에 전략적으로 쓰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험지 출마가 곧 창당될 ‘미래통합당’에 도움이 된다면 호남 차출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물론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을 보수정치인의 당선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험지 중에 험지 호남에 내보는 건 ‘사실상 사지로 내모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고, 호남지역 예비후보자들은 ‘낙선을 선물해 진보정치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김 의원의 출마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김무성 호남 차출론’에 대한 한국당과 김무성 의원의 이해득실을 따져 봤다. 

 

“계란 맞더라도 文 심판 외칠 각오”
“민주화 투쟁 참여하다 정치하게 돼”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회의에서는 일찌감치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에 대한 ‘호남 차출론’이 거론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당을 위해 험지로 나가 헌신하게 하자’는 취지로 호남에 김 의원을 전략공천 하자는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호남에서 돌팔매질을 당하면서 선거를 이끌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김무성 호남 차출론’과 관련해, 당연직 공관위원인 박완수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운명을 판가름할 이번 총선에서 보수는 인적자원을 총동원해야 할 상황”이라며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기회가 있을 시, 이에 임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백의종군보다 (존재감이 있는)어떤 행보를 보이는 것을 원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6선 중진인 김 의원은 줄곧 부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새누리당 당 대표 나아가 손꼽히는 보수우파 대권주자이기도 했다.

이런 김 의원을 보수우파 정치인에겐 당선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호남에 전략공천 하겠다는 건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공관위는 한 때 대권주자 지지율 2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던 거물급 정치인인 김 의원이 자기희생을 통해 험지 중에 험지인 호남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하는 눈치다.

또 김 의원이 호남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돌팔매질을 당하기라도 하면 반(反)호남 정서 확산을 매개로 전국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정치공학적 계산도 깔려 있으리라.

“광주? 여수? 당이 요구하는 곳에 출마”…비난과 환영

공관위의 속내가 어떻든 김 의원은 호남 출마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의원 지난 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야권 통합이 이뤄지면 광주, 여수 어느 곳이든 당이 요구하는 곳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험지에 출마해서 떨어지는 게 통합된 신당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라며 “계란을 맞더라도 호남에서 ‘나라 망치고 있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외칠 각오가 돼있다”고 했다.

이처럼 김 의원이 미래통합당 창당 완료 및 당 요청을 전제로 호남 출마를 시사하자, 여수지역 예비후보자들은 ‘여수는 험지가 아니라 사지가 될 것’, ‘낙선을 선물해 진보정치의 맛을 보여주겠다’, ‘계란을 던지는 게 아니라 타조알을 던지게 될 것이다. 타조알을 맞으면 죽을 수 있다’, ‘제대로 한판 붙자’는 등 김 의원의 출마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당내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광주든 여수든 어떤 험지라도 당이 원한다면 출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보수통합의 힘이 돼주셨다”며 “보수 재건을 위해 한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에 존경의 예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사실 나는 광주의 전남방직집 아들”

조건부 호남 출마를 시사한 김 의원이 호남지역 가운데서도 광주와 여수를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호남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의 경우 과거 김 의원이 종종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16년 3월 4일,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강남 청담프리마호텔에서 열린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저는 광주 민주화운동 때 광주 시민에 대한 학살 모습을 보고 민주화 투쟁에 뛰어들었고, 존경하는 선배들과 같이 민주화 투쟁에 참여하다가 정치하게 됐다”며 “집안 내력이나 정치적으로 호남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사실 나는 광주의 전남방직집 아들”이라며 “전남 중·고등학교도 전남방직에서 설립해 나라에 헌납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호남의 큰 별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속 좁은 이념 정치나 특정 세력의 패권 정치를 혐오했다”며 “호남 정치가 새롭게 태어나는 차원에서 이제 마음의 벽을 허물고 호남 보수주의와 우리(당시 새누리당)가 손을 잡아야 할 때가 됐다”고도 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보수정권 하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이 불거질 때 마다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다.

2013년 5월 8일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 하게 하자 “5·18 기념식에서 오랫동안 불려왔던 노래를 왜 중단시켜 국론을 분열시키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주제가로 선정해 유가족과 광주 시민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과거 민주화 투쟁 시절 저 자신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부른 민주화 투쟁 주제가였는데 가사 어디에도 반국가적, 친북적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 시절인 2015년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장을 찾았다가 광주시민들의 비난과 욕설, 물세례 등의 거센 반발로 비록 전야제 참석을 못했지만, 다음날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 2015년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여수 숙원사업 해결…여수 명예시민
마지막 승부…대권주자로서의 부활?


약속 지킨 무대…지역구 국회의원도 못한 예산 확보

여수는 김 의원이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을 정도로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김 의원이 여수 명예시민이 된 사연은 이렇다.

2011년 2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김 의원은 여수를 방문해 2012 여수세계박람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수지역에서 ‘경상도 대통령이 호남지역 국제 행사를 망치려고 한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고, 진상을 알아보니 도로 2곳을 개설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당시 2011년 예산안에는 여수시민들이 요구하는 도로 개설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따라서 총 예산 11조 6000억원이 투입되는 여수박람회가 2곳의 도로개설 사업비 예산 미반영 탓에 망치게 될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을 대동하고 박람회 현장을 찾은 김 의원은 “다른 사업은 몰라도 석창교차로 개선사업과 버스터미널~박람회장 구간 도로 확장 사업은 1주일 안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총리실 차관급 이상 간부들을 불러 당정회의를 통해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여수엑스포의 어려운 점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건의사항도 잘 들었다”며 “국제행사를 꼭 성공시켜야 되는 국가의 위상이 걸린 만큼 반드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의원은 여수 석창교차로와 버스터미널∼박람회장 도로 확장 예산 320억원을 확보하는 등 여수시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여수지역 국회의원도 하지 못한 예산 확보를 부산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여수시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이다.

김 의원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5월 여수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김 의원의 자생적 팬클럽이 발족되기도 했다.

이른바 ‘김무성 여수팬클럽(여수엑스포동서화합포럼)’은 지난 2015년 9월 8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엑스포홀에서 발족식을 가졌고, 김 의원은 축전을 보낸 바 있다.


▲ 2015년 7월 23일 주철현 전남 여수시장이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감사패는 여수 명예시민인 김대표가 2012여수박람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고 시는 밝혔다.

4·15 총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김 의원이 호남 차출론을 수용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치면서 광주와 여수를 거론한 것은 지역적 연고와 남다른 인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가능성은 무척이나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김 의원이 4·15 총선에 광주 또는 여수에 전략공천 돼 살아 돌아온다면 대권주자로서의 부활이 점쳐진다.

부산에서만 6선 국회의원을 한 김 의원의 호남 당선은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그리고 좌우로 분열된 나라를 통합할 적임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도 밝혔지만 김 의원이 광주나 여수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무척이나 희박하다. 다만, 스포츠 경기에서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면 관중이나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호남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명승부를 연출해낸다면 호남시민들 나아가 국민들의 뇌리에 ‘정치인 김무성’의 마지막 승부는 충분히 각인되고도 남는다.

이렇게 되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이러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인터뷰는 통합신당에 도움이 되고, 당의 요청이 있다면 선당후사 차원에서 호남에 출마할 각오가 돼있다는 취지”라며 “당에서 요청이 온 것도 없고, 아직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며 다소 앞선 관측에 선을 그었다.

‘김무성 호남 차출론’이 현실이 될지 아니면 그저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칠지는 미래통합당 공관위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다.

만약 공관위가 김 의원을 호남에 전략 공천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낙연 VS 황교안’의 종로대전 그리고 ‘홍준표 VS 김두관’ 양산대전 등의 빅매치 외에도 선거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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