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한국연구재단이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면서 연구개발계획서를 엉터리로 작성하는 등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소홀히 관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정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글로벌 바이오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진출사업’의 R&D 지원계약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최근 효능과 안전성의 문제가 불거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와 신라젠 ‘펙사벡’이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위해 작성한 ‘연구개발계획서’를 엉터리로 작성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한국연구재단이 두 기업과 맺은 협약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10일 한국연구재단 국정감사에서 “한국연구재단과 코오롱생명과학·신라젠 등이 작성한 협약서, 연구개발 계획서에 문제가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부적절한 내용이 확인되면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는 '첨단바이오의약품(세포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의 출시 및 글로벌 바이오기업 육성'을 위해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사업'을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87억5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됐다. 이 중 올해 논란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개발에 82억1000만원, 신라젠의 펙사벡 개발에 88억3000만원이 포함됐다.

그러나 두 의약품은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위해 작성된 연구개발계획서에 오류가 있고, 한국연구재단과 연구기관 대표가 작성한 협약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는 주관연구책임자에 경영학 박사인 부사장을 지명하고, 제1세부 연구를 담당하도록 했다.

특히 이 부사장은 연구과제 종료 3개월 시점인 2018년 7월 신라젠을 퇴사하고 스톡옵션을 행사해 7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박 의원은 “경영학 박사라고 해도 신라젠 부사장이니까 주관연구책임자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제1세부 연구도 경영학 박사 담당”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스톡옵션 행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미리 어떤 결과를 알고 이를 행사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구개발계획서에는 펙사벡이 간암에 대한 효능과 안정성이 인정됐다 주장했지만 펙사벡 임상시험은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의 ‘무용성 평가’를 거쳐 내린 결론인 ‘효능 없음’과 달랐다.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과 달리 수십개의 협동연구기관이 어떤 협동과지를 수행했는지도 계획서에 담기지 않았다.

인보사의 경우 예정된 연구지원비보다 3억원이 많은 액수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했다. 매년 작성하는 연구개발계획서에 ‘협동연구기관’을 임의로 변경 기록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임의로 변경된 연구계획서를 그대로 수용해 협약서를 작성했을 뿐 아니라 존재하지도 않는 엉뚱한 규정을 연구윤리의 근거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각각 수십억 원씩 지원하면서 작성한 서류에 가장 기초적인 내용부터 오류와 오기가 있고,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에 위반되는 비(非)전공자를 주관연구책임자로 선정하는 등을 볼 때 인보사와 펙사벡 두 신약 개발의 실패는 ‘성실한 실패’로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노정혜 이사장은 “이 사업은 보건산업진흥원과 같이 하는 것인데 성격상 현재 추가자료 제출이 어렵다”며 “해당 연구자의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 까지 연구 관리 차원에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수상대상이 될 수 있는 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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