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3조원 순익·비은행 부문 강화
노조 연임 반대·채용비리 의혹은 부담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제공=KB금융그룹)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그룹의 차기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차기회장 선정 과정 초기부터 대세론을 굳혔던 윤 회장은 탄탄한 경영성과를 앞세워 3연임을 확정지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오후 윤종규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이날 오전 회장 최종 후보자군으로 선정된 윤종규 현 회장을 포함해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김병호 하나금융그룹 전 부회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회추위는 이후 실시된 투표 결과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윤 회장은 이사회에서 추천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0일 개최될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윤 회장은 2017년에 이어 또 한 번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 회장이 3연임을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는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탄탄한 경영성과로 대세론 굳혀
지난달 12일 KB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금융권에서는 ‘어차피 회장은 윤종규’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대세론 속에서 진행됐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첫 임기를 조직이 어지러울 때 시작해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었고, 공격적인 M&A를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윤 회장은 취임 후 3년 만에 당기순이익을 2배 이상 성장시켜 2017년 처음으로 순이익 3조원을 달성한 이래 3년 연속 2조원 이상의 순익을 창출했다. 취임 이전 경쟁사에 뒤졌던 시가 총액도 2017년 이후 금융권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4년 말 14조원대였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15조7591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가 21조원대에서 13조원대로 주저앉은 것과 대조적이다.

경영진들 간 다툼인 ‘KB사태’ 이후 고객 신뢰도 단시일 내 회복했다. 2014년 국가고객만족도 은행부문에서 2위였던 순위는 취임 직후인 2015년 1위로 올라섰다.

윤 회장은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비은행 부문의 약점을 메웠다. 윤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 등 경쟁력 있는 비은행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손해보험업에 진출해 경쟁그룹 대비 폭 넓은 사업기반을 확보했다. 이후 캐피탈, 손해보험, 증권을 완전자회사화해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계열사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윤 회장은 디지털 혁신에도 강점을 보였다. 국내 최초로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리브 엠(Livv M)’, 중고차에 금융을 결합한 ‘KB차차차’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밖에 대화형금융플랫폼 ‘리브똑똑’, 자체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 정맥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의 디지털금융 경험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외부와 협업이 가능한 개방형 IT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데이터분석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디지털 혁신의 토대도 마련했다. KB금융은 내달 은행, 카드, 캐피탈을 통합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차기회장 선발에서는 윤 회장이 강점을 보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주요 요소로 평가됐다. 회추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위기 등 달라진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차기 회장의 자격요건으로 ESG 실천 의지를 추가한 바 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기존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하고 ESG 전략 수립, ESG위원회 운영, ESG 대외 평가 대응, 이니셔티브 활동 수행 등 그룹 ESG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ESG 경영 전략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5% 감축하고,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KB GREEN WAY 2030’를 발표했다.

최근 금융권을 뒤흔든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KB금융은 비교적 무풍지대였다는 점도 윤 회장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회추위도 윤 회장의 뛰어난 경영성과와 안정적 경영을 높게 평가했다. 선우석호 회추위원장은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M&A를 통해 수익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이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윤종규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노조 갈등·채용비리 의혹은 숙제
3연임에 안착한 윤 회장이지만, 노조와의 관계는 풀어야할 숙제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해 왔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6265명이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윤 회장이 단기 성과만을 내세워 노동조건을 악화시켰고, 직원 존중 및 보상 관련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최근에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윤 회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3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이날 KB금융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은 은행장 시절 종손녀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의혹들은 풀리지 않은 상태”라며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후보를 사퇴해야 마땅하고”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은행장을 겸임하던 2015년 종손녀의 채용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금융정의연대 측에 따르면, 윤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에 불과했으나, 2차 임원 면접에서 4등으로 최종합격했다.

당시 검찰은 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힘들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당시 인사실무를 맡았던 직원들은 기소돼 징역과 집행유예 등 실형을 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KB금융그룹)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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