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의 흥행실패 아시아나항공 매각…자회사 부정이슈로 발목 잡혀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어(大漁)’로 평가받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예상 밖의 흥행참패로 스타트를 끊었다.


최근 M&A 시장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매물이 없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시작되면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수전 분위기는 다소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큰손’으로 거론됐던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은 전부 불참했다.


가뜩이나 ‘흥행실패’라는 뒷말이 무성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나리오에서 이번에는 자회사 부정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최근 기내 탑승 정비사를 태우지 않고 운항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뿐 아니라 에어부산은 유독 올해 초부터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새해 벽두부터 전해진 에어부산 한태근 사장의 갑질 의혹부터 일제시대 미화 논란, 대구공항 철수 논란 등까지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까지 묶어서 파는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에어부산발(發) 악재는 이번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아시아나항공에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뜻밖의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짚어봤다.

 

“깜빡할 게 따로 있지”…전담 정비사 없어 발 묶인 승객들
‘문자 한통’으로 대구공항 노선 철수…고객 예약 피해 속출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100여명의 승객이 황당한 사건으로 인해 타지에서 발이 묶여 명절 마지막 날을 외국 공항에서 보내야 했던 일이 일어났다.


에어부산이 기내 탑승 정비사를 태우지 않고 운항해 귀국 항공편이 약 6시간동안 지연되는 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130명 이상의 승객들은 꼼짝없이 공항에 발이 묶이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김해공항 에어사이드 운영센터는 15일 오전 10시 40분 일본 나고야 공항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출발 예정이던 에어부산 BX131편의 운항이 지연됐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항공기의 운항 지연 원인은 ‘안전 점검’이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할 때에는 대형 항공사고를 막기 위해 이륙 직전 기체 안전 점검을 위한 전담 정비사가 있어야 한다.


나고야 공항에는 에어부산 항공기 전담 정비사가 없어, 운항 이전 기내에 전담 정비사를 탑승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날은 실수로 정비사를 김해공항에 두고 이륙한 것이다.


정비사를 한국에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항공사 측은 일본 상주 정비사를 물색했지만 가장 가까운 정비사는 나고야 공항에서 600km 떨어진 후쿠오카 공항에 있었다.


결국 급히 후쿠오카 공항에 있는 자사 정비사를 나고야 공항으로 불러 기체를 점검 했지만 이미 6시간이 흐른 뒤였다.


에어부산 측은 “추석을 맞아 임시 증편을 하는 바람에 정비사가 운항 일정을 착각해 제때 항공기에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운임의 20%를 배상한다는 방침이다.

필수 인력조차 파악하지 못 한 ‘허술한’ 관리·감독

이번 에어부산의 어이없는 실수는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승객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 될 소지가 있다.


항공기는 이륙하기 전 정비가 필수다. 이륙 전 정비사로부터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사인을 받지 못하면 뜰 수 없다.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항공사들은 항공기에 자사 정비사를 함께 태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이번 사건의 경우 항공사가 기본적인 안전 점검 관리를 허술하게 해 승객의 불편을 초래한 중대한 문제다.


게다가 당시 승객들은 항공사가 이런 사실을 방송해 주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수습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승객들은 항공사 직원에게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지연된다는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고 얼버무리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솔직히 양해를 구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는 증언이다.


항공기 운항 전 필수적인 정비사 인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항공사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승객의 시간적 손해는 물론 안전 우려까지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향후 여파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스페셜경제>가 에어부산 측에 인력관리 매뉴얼과 후속조치 등을 취재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삼수’ 끝 코스피 상장…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구설수

지난해 12월 27일 기업공개(IPO) 도전 ‘삼수’ 끝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에어부산은 올해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새해 시작부터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더니 잇단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업계 경쟁 심화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서비스 문제 부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1월에는 에어부산 한태근 사장이 자신의 지인과 그 일행의 좌석을 더 넓은 곳으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승무원에게 경위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이어 6월에는 대구-기타큐슈 노선을 신규 취항하면서 ‘다이쇼 시대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라는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홍보 문구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다이쇼 시대는 일본 천황의 통치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제1차 세계대전 중 군사력을 키운 일본의 군국화가 본격화된 1912년부터 1926년까지의 시기, 즉 일제강점기 시대를 말한다.


이후 지난달에도 에어부산 직원과 항공기 결항에 항의하는 여행사 직원과의 말싸움으로 소비자 응대 논란이 불거졌다.

 

민원을 제기한 고객은 “에어부산 직원 여러 명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라고 말하는 등 있을 수 없는 ‘갑질’ 언행을 했다”면서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노력 없는 ‘서비스 강화’, 결국 이미지 하락 야기
‘뜨뜻미지근’한 인수전에 찬물까지 퍼부은 자회사

‘고평가’ 받던 에어부산, 어쩌다가 모기업 발목 잡게 됐나

에어부산이 잇단 악재로 시름하면서 매각을 앞두고 있는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예상외의 매각 흥행 참패로 심란한 분위기에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어이없는 실수로 찬물까지 끼얹어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까지 묶어서 파는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자회사의 부정적인 이슈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4월만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아주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았다.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유력 인수 후보로 언급되면서 높은 몸값을 예고했다.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는 없다”며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는다”며 인수전 흥행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후보로 거론됐던 대형 전략투자자(SI)는 등장하지 않으면서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예비 입찰 흥행이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본입찰에서도 채권단을 만족시킬 만한 입찰 제안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할 당시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보다 오히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더 매력적인 매물로 봤다.


이미 항공시장에서는 국적항공사(FSC)이 고전하는 동안 저비용항공사(LCC)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외형성장을 거듭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토교통부가 항공산업 진출에 까다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고, 최근 신생 LCC 3곳에 항공운송면허를 발급해 당분간 신규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낮아 항공 사업 진출을 고려하는 업체라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에어부산은 현재 운항하고 있는 LCC 6개사 중 4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한때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잠재력이 있는 업체로 평가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에어부산의 황당한 지연 사태와 잇단 구설수는 본입찰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매력적인 매물 ‘에어부산’, 이제는 옛말?

또 다른 문제는 최근 항공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악재로 인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던 에어부산의 성장잠재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는 것이다.

 

영업실적이 영 신통치 않으면서 국제·국내선 여객 운송실적도 경쟁사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의 가치도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에어부산의 부진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은 상반기 누적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2% 늘어난 330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231억원의 순손실과 1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2분기 항공업계 전체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위 경쟁을 하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비교하면 부진했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은 올 상반기에 별도 기준 영업이익 105억원과 매출액 423억원을 기록했다.


에어부산의 수익성은 지난 2016년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에어부산은 대구 노선 철수를 결정하고 인천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예약 피해는 속출했고 대구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선 셈이다.


최근 에어부산은 대구공항에서 운영하던 국제선 9개 노선 중 8개 노선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동남아·중국 노선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미리 예매해 둔 승객들은 항공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운항 취소’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철수 결정이 나기 전 미리 예매한 손님들의 경우 여행 일정 변경에 따른 손해를 고스란히 손님이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구공항 국제선 철수로 에어부산은 같은 날 다른 지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대신 예매해주고 있다. 하지만 여행 일정 변경에 따른 크고 작은 피해에 대해선 별도의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대구공항 철수가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닐 텐데 왜 내년까지 예약을 받아 놓고 하루 아침에 취소통보를 했는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에어부산의 대구 노선 축소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의 시선을 곱지 않다.


에어부산은 철수를 결정한 노선의 적자를 대구시로부터 보전 받는 등 대구공항 취항에 따른 많은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어부산이 성장하는 데에는 대구공항 취항이 한 축을 담당했음에도 인천국제공항 노선 확보를 위해 결국 배신했다는 사실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화상태에 이른 LCC업계에서 서비스 불만은 회사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에어부산은 잇따른 논란으로 인해 이미지 훼손이 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예상외로 부진하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계속해서 터지는 에어부산의 구설수가 이번 매각에 찻잔 속에 태풍이 될지, 아니면 돌풍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