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조와 얼굴을 맞댔다.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자고 손을 내밀었고, 노조도 품질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화답했다.

 

양측의 만남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친환경 미래차 현장 방문 행사가 종료된 후 이뤄졌다. 당시 오찬에 정 회장과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장재훈 부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과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참석했다. 1시간 반 가까이 격의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오찬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노사관계에 대한 생각과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면서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용 플랫폼 E-GMP이 장착된 전기차를 본격 양산한다. 올해 이를 위해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을 출범시켰고, 아이오닉의 3종 라인업을 포함해 총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채비를 갖췄다.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 점유율 1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한 만큼,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고품질 보장이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짐에 따라 인력 조정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 정 회장은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직원들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노사간의 단체협약은 중요한 것이라며 조합원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가 함께 찾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 지부장은 품질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이 지부장은 "현대자동차 발전의 원천인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4차 산업과 모빌리티사업에 편성되는 신사업을 울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전기차로 인한 PT부문 사업재편이 불가피한데, 전기차에 필요한 대체산업을 외부 생산이 아닌 울산공장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조합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올해 조합원들은 코로나를 극복하며 회사 발전에 적극 기여했는데, 5만 조합원들에 대한 사기진작과 투자도 중요하다. 내년 교섭에서 회사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계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은 4시간 부분파업을 연장한 상태고, 기아차도 파업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르노삼성은 차기 집행부 구성 등으로 연내 협상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경영진과 노조 지부장이 회사의 발전을 위해 소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회사는 고용안정으로 화답하는 노사관계 형성돼 완성차업계의 강경투쟁 모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 읽힌다.

 

현대차 노사 간 변화 기류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매년 되풀이되던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했고 올해엔 11년만에 임금동결에 뜻을 모았다. 또 코로나19 장기화, 모빌리티 산업 급변 속에 노사가 공동의 발전을 꾀하자는 선언도 이끌어냈다. 아울러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노조가 변하자 회사도 협력의 틀을 다시 만드는 모습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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