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년만에 역대 최저, 코스피 폭락에 DLF사태까지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만큼 팍팍한 2019년이 저물어간다. 그간 제1금융권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굵직한 키워드로 요약정리를 해봤다.

‘연초부터 은행장구속’…새출발 새행장
‘4대금융지주’시대…‘치열한 3,4위’격전
‘우리·하나 DLF논란’…금감원 부랴부랴
‘파리 날리던 인터넷은행’ 흥행 재점화


◆기준금리-2년만에 역대 최저수준 회귀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키로 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10월에 0.25포인트 인하했던 것을 동결한 것이다. 1.25%까지 금리가 떨어진 것은 지난 2016년 6월 9일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저금리 시대로 회귀한 모양새가 됐다. 작년 마지막 금리조정이 있었던 2018년 11월 30일의 기준금리(1.75%)와 비교해 상당수준 내려앉았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침체로 인한 민간소비 부진과 IT(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 고령화로 인한 소비감소 등 ‘저물가 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은의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1.3%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0.4%)보다 나아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후년까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과는 상당폭 거리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이같은 상황 속에도 한은이 금리를 더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1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1.50~1.75%로 동결하고, 같이 발표한 점도표에서 내년 말 예상 금리 중간값을 1.6%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잇따라 세 번 금리를 내린 이후 금리 동결로 전환한 바 있다.

◆코스피폭락과 힘겨운 고지탈환여정

2019년 한 해 국내외적으로 어려웠던 경제상황은 코스피에서도 읽혔다. 특히 지난 8월 코스피가 3년여만에 장중 1900선이 붕괴되면서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당시 일본의 경제 보복과 미중 무역갈등, 홍콩 시위 등 대외 악재가 주요원인으로 분석됐다.

당초 금년 코스피 지수는 작년 10월 2000선이 무너진 이후 반등세를 보이며 2010선으로 출발했다. 다만, 한일간 무역전쟁 국면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격화된 8월 6일 장중 1900선이 붕괴됐고, 이후 약 한달 동안 2000선을 오르지 못했다.

11월에 들어서야 겨우 2100선을 회복했지만,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이는 상황이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1차합의 소식에 따라 글로벌 증시와 동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사실상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겨냥한 스몰딜 수준의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연내 반등폭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조용병 실형·이광구 구속·…회장과 행장의 거취문제도 관전 포인트

2019년에는 전현직 시중은행장들의 거취 문제도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올초인 1월부터 금융감독원 직원 자녀 등에 대한 특혜채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심에서 실형(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6월 2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주요 시중은행장 중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첫 사례로 충격을 던져준 것은 물론, 당시 업무방해·남녀고용 평등법 위반 등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게도 적잖은 긴장감을 던져줬다.

반면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지난 6월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한 의혹에서, 해당사건을 재수사한 검찰로부터 ‘혐의없음’처분을 받으면서 현 조용병 회장과의 경쟁구도가 점쳐지기도 했다. 위 전 행장과 조 회장은 3년전 신한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바 있다.

실제 위 전 행장은 최근 차기회장 의결과정에서 조 회장의 경쟁상대 중 한명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으나,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 13일 조 회장을 차기회장 단독후보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 돼 3년간 신한금융을 이끌게 됐다. 다만, 변수가 남았다. 조 회장이 연임확정 6일만에 검찰로부터 징역3년을 구형받은 것.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법원 판결은 내년 1월22일 예정으로 올해는 결말을 볼 수 없다. 은행장 자리는 진옥동 행장이 지난 3월 취임한 만큼 올해는 연임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내년 3월이 임기만료(행장임기는 내년 12월까지)지만 아직 연임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여전히 90%를 웃돌아 대형 금융회사의 인수합병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손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최근 DLF사태 등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회장직은 유지하고 행장직을 내려놓거나 혹은 둘다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와 결과를 예단키 어렵다.

반면, 비교적 순조롭게 연임을 이어간 인사들도 있다. 허인 KB국민은행 행장은 지난달 7일 연임을 확정했다. 허 행장은 임기가 1년 남은 윤종규 국민은행 행장과 동일하게 내년 11월 20일까지가 임기다. 윤 회장은 허 행장을 자신의 임기 첫 해인 2014년 허 행장을 은행 전략담당 전무로 발탁해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 윤 회장이 허 행장의 연임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합이 잘 맞는 콤비가 결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아직 임기가 1년 내외로 남아있고, 지성규 행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이번달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초로 3연임을 확정했다. 이 행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농협은행 순이익 1조2226억원을 기록해, 농협은행 최초로 1조원을 넘긴 바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오는 27일 3년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를 앞두고 경제관료 출신인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의 내정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10년간 내부 출신의 행장 발탁이 이어져오고 있어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 출범-4대금융지주체제 회귀

연초 우리은행이 5년만에 금융지주사 체제로 다시 출범하며 4대 금융지주 경쟁시대로 회귀했다. 작년 말부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신한금융지주가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주가 등에서 2위인 KB금융지주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간의 3,4위전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자산은 3분기 기준으로 1842조82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7.52% 증가한 수치다. 하나금융의 증가율이 10.02%로 가장 높았으며, 우리(8.85%), 신한(6.23%), KB(5.96%) 순으로 뒤따랐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경기둔화 등 불황에도 선전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불황이어서 국민들이 은행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11조5547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100조원대 돌파다. KB금융이 37조9391억원으로 가장 높고, 순서대로 하나(32조2741억원), 신한(21조9326억원), 우리(19조4089억원)은행이 뒤를 이었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률 순위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이 각각 18.9%와 14.9%를 기록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우리금융(12.4%와 9.44%)이 그 다음 순위었으며,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두 부문 모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불완전판매논란 DLF사태

올 하반기 은행권의 최대 이슈는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사태였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약 8000억원 규모로 판매됐는데, 최대 원금 전액손실까지 빚어진 바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5일 40~80%까지로 투자손실 배상비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번 DLF사태는 은행의 책임론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특히 배상비율 80%라는 사상 최대 수치가 적용된 배경에는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 과거에는 고려치 않았던 요소까지 반영됐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불완전판매에 대해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것은 물론 은행 본점이 프라이빗뱅커(PB)의 판매독려를 위해 불완전판매를 부추긴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조만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DLF 사태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은행, 흥행참패에서 재도약 발판 구축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은 올 한 해 흥행참패 위기를 겪다 최근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모습이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차례 낙방했던 토스뱅크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예비인가 결정을 받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함께 3강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당초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키움뱅크(가칭) 컨소시엄과 함께 올해 5월 예비인가에 도전했지만, 당시 금감원 외부평가위윈회는 자본확충안정성, 혁신성을 문제삼아 두 곳 모두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고 인터넷전문은행은 흥행참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키움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계획을 포기하고, 토스는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던 있던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을 주요주주로 끌어들이면서 자본확충 안정성 문제를 보완했다. 토스뱅크는 이외에도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 등 11개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2021년 7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위에 조만간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전월 카카오가 지분 34%를 갖는 은행업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를 하고,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뱅크는 KT 주도의 5000억원 안팎의 자본 확충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간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있으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케이뱅크는 2016년 관련 법 위반이력이 있는 KT를 최대주주로 올릴 길이 막혀,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영업 중단까지 이어진 바 있다. 다만, 최근 이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청신호가 켜진 것. 다만, 법제사법위원회를 최종통과해야하는데, 정치권의 여야간 대치국면으로 어느시점에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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