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전도사 최태원이 M&A에 꽂힌 이유는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2 17:54:39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세 축으로 사업 육성
그룹의 내·외형 성장 견인한 재원 확보 차원
깐깐해진 소비자‥ESG 경영으로 변화에 조응
미래 가치 창출 기업으로의 진화 의지 돋보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지난 20일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고 액수인 103104억원을 투자하는 과감한 선택이다.

 

반도체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최태원 회장의 선택에 시장은 동요했다. M&A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이틀 동안 내리막이었다발표 당일인 20일 1.7% 하락하더니 21일에는 1.6% 더 내려가 2조원에 달하는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자본 규모와 매출액 대비 인수 금액이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이 5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대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유 현금차입자산유동화 및 재무적 투자자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D램에 편중됐던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세계2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하지만 포화 상태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추가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M&A는 SK를 가치 창출 기업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최 회장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최 회장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성장 가능성이 높아 SK의 외형적 성장을 견인할 사업들이다동시에 체질 개선을 위한 곳간이 될 사업들이기도 하다이 때문에 최 회장은 세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해 소재와 원재료 완제품에 이르는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18년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인텔 메모리 사업 부문 인수로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로 진행 중이다중국 우시 파운드리(위탁생산공장 건설매그나칩파운드리사업부 인수, AI 전문회사 가우스랩스’ 설립 등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로의 진출로 꾀하고 있다특히 경기도 용인에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50여개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를 아우르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돌입했다.

 

연평균 25%의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투자도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까지 니켈 함량을 93%까지 늘린 배터리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추진 중이다선제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에 1·2공장을 건설현재 19.7GWh인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100GWh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이와 관련폴크스바겐과 포드로부터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인 동박 관련 고도화도 두드러진다. SKC는 동박제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했고, SK넥실리스는 2025년까지 동박 생산능력을 연 14만톤으로 늘린다.

 

잿팟을 터트린 바이오 사업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SK바이오팜을 설립한 뒤 SK바이오텍,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리즈마까지 세우며 개발부터 판매까지 가능하도록 세분화하고혈액제제와 백신 등 전문화를 이뤘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으러 미국·일본 수출에 성공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코로나19 백신 개발 정부 국책과제 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기대감을 표시해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최 회장은 M&A와 같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발판 삼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통해 가치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근본적 혁신(딥 체인지)를 강조하며 사회적 가치에 공들이기 시작한 2016년을 전후로 SK의 M&A는 더욱 활발해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20여건에 달하는 M&A 중에는 조 단위의 거래도 있었다.

 

가치 소비가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정도로 요즘 소비자들은 깐깐해졌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밀레니얼 세대가 불을 당긴 소비 행태는 경향으로 자리잡았다개인에 집중하고 실용과 가치에 무게를 둔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서비스를 사면서도 기업의 방향성을 떠올린다. IMF 외환위기를 목격했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만큼오롯이 남는 것은 나의 가치나아가 우리의 가치라는 생각이 강하다이에 조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외면받는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회를 통해 이해관계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었다. ESG 경영은 가치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서기 위한 방법론인 것이다이로 인해 최 회장은 ESG 경영 강화를 끊임없이 주문했다그 결과, SK텔레콤이 지난 7월 ESG 를 전담하는 CEO직속 조직인 지속가능경영 TF를 만든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초 CEO 직속 TF를 출범시켰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계열사들도 속속 ESG 실천 방안을 짜고 있다.

 

특히 그는 “CEO들은 (코로나19와 같은구조적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며 미래 가치 창출 기업으로서의 성장을 치열하게 고민할 것을 강조했다.

 

기업문화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적극적인 행위에 나서면서 기업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됐다며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변한 만큼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으로는 고객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이런 면에서 SK는 영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변윤재 기자
변윤재 / 편집국/산업부 기자
이메일 다른기사보기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독자의 마음에 아로새기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