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배민커넥트 도전기
‘배달업체 B’ ‘배민커넥터’ 라이더 급증
1000만원 벌면 뭐하나...사고위험 높아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한두 시간 가볍게’

기자를 배민커넥트에 입문시킨 홍보문구다. 배민커넥트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시간제 라이더 서비스 명칭이다. 기존 ‘배민라이더스’와 가장 큰 차이는 ‘근무시간’이다. 배민라이더스에 속한 라이더는 배달대행 일을 전업으로 하는 반면 배민커넥트 소속 라이더들은 같은 일을 아르바이트로 한다.

또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오토바이만을 배달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배민라이더스 라이더와 달리 도보, 자전거, 전동퀵보드, 전동자전거, 오토바이, 승용차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25분, 기자는 배민커넥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라이더 신청을 했다. ‘지원하기’ 버튼을 누른 뒤 간단한 본인인증과 인적사항 을 입력하니 신청이 마무리됐다. 계약서를 정독한 뒤 마우스를 이용해 서명을 완료했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뒤인 13:30분, 기자의 핸드폰으로 신분증과 통장사본을 배달커넥트측 이메일을 통해 제출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온라인 사전이수 교육을 진행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사전이수 교육은 라이더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 중 하나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월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교육은 약 20여분 분량의 영상을 시청하면 됐다.

영상은 배민커넥트 라이더스 교육, AI 추천배차 사용법, 만나서 결제 등 총 3가지였고 각각 3분 41초, 12분, 2분 15초 분량이다. 놓친 부분을 다시 돌려볼 수 없는 오프라인 교육과 달리 온라인 교육은 놓친 부분을 돌려볼 수 있었다.

15:30분, 배민커넥트 측에서 라이더 가입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온라인 교육과 서류 제출을 완료한 지 약 2시간만이다. 문자메시지에는 배달커넥트 라이더가 되기 위한 앱 다운로드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일반 앱스토어에서는 배달커넥트 라이더 앱을 다운받을 수 없었고, 반드시 신청자의 신분을 확인한 후 앱 주소가 제공됐다.

배민커넥트 라이더 지원부터 배달 라이더가 되기까지는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배달 라이더들이 왜 ‘낮은 진입장벽’을 배달 라이더의 장점으로 언급했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이후 배달커넥트 라이더가 됐다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주의사항도 같이 전달됐다. 바로 ‘배달수단 변경 시 반드시 사전고지 할 것’이었다. 자전거로 배달수단을 등록하고 실제로는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사람, 이른바 ‘자토바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 A씨는 “실제로 자토바이를 잡아 플랫폼 운영자에게 신고한 적이 있다”며 ”자토바이는 라이더들의 공공의 적“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렇게 배달커넥트가 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제 진짜로 배달을 체험할 시간이다.

3시간 동안 도보로 6건 배달..수익은?

지난달 23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서울의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직접 배달커넥트 체험을 했다. 이날 기자에게 전달된 주문은 6건, 모두 ‘B마트’ 배달 건이었다.

B마트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 ‘1개씩 골라서 5천원부터’, ‘먹을 만큼만 주문할 수 있는’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초소량 즉시배달 서비스다. 서비스 출범 6개월여 만에 운영 지점이 2배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하게 성장하고 있다.

오전 9시, 배달수행을 위해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B마트 마포점에서 콜이 하나 들어왔다. 배달을 위해 B마트 마포점에 도착하니 B마트 앞은 이미 몇몇 라이더가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더 A씨는 “B마트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상하거나 변질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음식점보다 B마트 배달을 선호한다”며 “곧 라이더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예견했다. 라이더 A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종 자전거, 퀵보드, 오토바이를 탄 배달 라이더들이 삼삼오오 B마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10여명의 라이더들이 들어가기에는 출입문이 비좁았지만, 이들은 능숙하게 마트 안으로 들어가 각자 배달 할 물품들을 찾았다. 기자도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배달 상품을 집어 들었다.

배달을 마치고 고객에게 본인이 기자임을 밝히고, B마트에 배달을 주문한 이유를 물었다.

고객은 “B마트는 첫 구매 시 5천원 할인을 해주고, 중간 중간 3천원 할인쿠폰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며 “또,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주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B마트는 서울시내 각 구 단위로 물류창고를 보유, 상품을 직배송한다는 의미에서 기존에 있었던 ‘배달대행’ 개념이 아니라 ‘직매입’ 형태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B마트가 ‘초저가 가격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가격은 이마트나 쿠팡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띌 만큼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초소량’, ‘1시간 내 배송’이라는 매력적인 문구를 제시하며 1,2인 가구의 호평을 얻고 있다.

기자가 이날 3시간의 배달을 통해 얻은 수익은 1만9천원, 시급으로 따지면 약 6천3백원 꼴이었다. 2020년 최저시급 8천5백9십원과 비교했을 때 약 2천원 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3시간 동안 총 6건의 배달을 수행했고 도보로 이동한 거리는 총 4.2km였다.

이날 배달을 하다 만난 라이더들이 입을 모아 “도보로는 돈을 벌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의도가 이해되는 금액이었다.

배달업체 B 라이더 7개월만에 1만8000명↑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고용영향평가’ 자료집에 따르면 음식점에 직접 고용돼 배달을 하거나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하는 라이더 수는 13만 명에 달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고용노동부 ‘퀵서비스 회사 산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여 간 발생한 오토바이 배달사고는 총 1800여 건이었다. 2016년 264건, 2017년 411건, 2018년 597건 발생했고, 2019년 상반기의 경우 568건의 오토바이 배달사고가 발생해 매년 오토바이 배달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통계는 산재보험이 적용된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고는 더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라이더 B씨는 “배달 라이더들은 대부분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하다 보니 개인사업자라면 직접 들어야 하는 산재보험을 들지 않고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배달대행업체 측에서는 사고가 나면 ‘음식점과 라이더를 중개해줬을 뿐’이라며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사고가 나는 라이더들만 불쌍한 꼴”이라고 말했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은 “경제적 종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배달대행 업체가 노동자의 산재보험료를 강제로 내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권준호 기자 kjh01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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