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수도권-충청권 중진의원 오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12.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마찰음이 새어나온다. 보수세력을 통합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견이 없지만 ‘관계’의 문제에서 좀처럼 의견일치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당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물밑조율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황 대표와 변혁 대표를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보수 통합을 위해 한국당은 최근 원유철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권성동 의원이 11일 황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변혁과의 신뢰관계를 우려하며 원 의원이 단장으로 임명된 데 우려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황 대표에게 “자꾸 월권적인 발언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며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니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서 원내대표로 활동할 때 원 의원은 정책위의장으로 있었다. 그러나 유 의원이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키자 당내에서는 원내대표 사퇴론이 불거진 바 있다.

유 의원이 자진사퇴한 뒤 원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를 맡았는데 당시 원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나 친박계와 거리를 두지 않았고, 유 의원과 함께 활동한 이력도 있는 ‘중립’인사여서 비토할 명분이 부족했다.


▲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토론,미래 대안찾기’ 토론회 중 황교안 대표에게 전날 보낸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2019.11.12.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때부터 유승민 의원과 원유철 의원의 관계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권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월권적 직언’을 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황 대표가 중진의원들과 함께한 오찬회동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심재철 의원 또한 원 의원의 단장 지정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 이 자리는 원 의원도 함께 한 자리였다.

심 의원은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구원(舊怨·오랜 원한)이 있다. 통합작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재고하는 게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그쪽(변혁)에서 요구한 사람이라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라 답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황 대표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보수 빅텐트론을 설파한 다음날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을 것 등을 조건으로 세웠다.

당시 유 의원은 “황 대표와 한국당이 제가 말한 세 가지 원칙을 절대 가볍게 생각하거나 쉽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야합이나 하기 위해 그냥 말로만 할 점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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