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신세계그룹이 올해 정기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신세계그룹과 신세계의 인사 키워드가 확연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악화 등으로 인해 비상경영을 선포한 신세계그룹의 경우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은 신세계는 ‘안전’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1일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켜 신세계 대표로,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내정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촐괄사장이 이끌고 있는 백화점, 면세점, 패션사업(신세계인터내셔)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장 사장과 차 대표의 자리를 바꾼 것 외에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신세계디에프를 이끄는 손영식 대표도 유임됐으며, 손문국 신세계 상품본부장 부사장보는 이번에 신선될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 패션 부문을 신설해서 대표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가 정기인사에서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같은 그룹 내부에서 이같이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이마트가 실적부진으로 위기에 놓인 반면에, 정 총괄사장이 이끌고 있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사 단행이 있기 전부터 ‘현상 유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세계그룹의 분리 경영체제는 지난 2015년 말부터 본격화됐다. 동생인 정 총괄사장 백화점을 비롯한 면세점, 패션사업(신세계인터내셔날)을 맡았고, 정 부회장은 할인점을 비롯한 스타필드 등의 복합쇼핑몰(신세계프라퍼티)과 식품(신세계푸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분리 경영 이후부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2541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974억원으로 불었다. 또 신세계는 올 3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액 2조 1944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디에프는 영업이익이 10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5%, 66% 증가한 3599억원, 19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처음으로 정 총괄사장은 정 부회장의 실적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신세계의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4269억원으로 이마트(2152억원)를 두 배 가량 웃돈다. 이는 수년 동안 정 총괄사장이 패션(분더샵), 명품(면세점 3대 브랜드 유치), 화장품(비디비치·시코르), 리빙(자주·까사미아) 등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다져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기’에 신세계그룹은 변화에 초점

신세계가 안정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큰 변화를 도모하지 않았다면, 정 회장이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유통 부문 파트너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등 외부인사를 수혈했다. 이로인해서 6년 동안 이마트를 이끌어 온 이갑수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밖에도 11명의 임원들이 물갈이 됐다.

외부인사 영입 등의 파격적인 행보는 정 부회장의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가 이커머스의 공세로 인해서 벼랑 끝에 몰리자 젊은 대표를 앞세워서 유통 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이마트는 신세계에 알짜 자리를 내주고 뒷방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2017년 5849억원에 달했던 이마트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4628억원을 감소했으며, 올해는 그 반토막인 2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초저가 전략 등을 앞세워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사실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그동안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쓱배송을 기반으로 온라인 매출이 성장하는 점은 오프라인 할인점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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