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삼성카드와 하나카드의 시계가 잠시 멈췄다. 내년 2월까지는 제공 중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지만 그 다음 단계는 각 사 대주주의 소송 및 제재 결과에 달렸다. 신사업 경쟁에 성공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만전인 두 카드사의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심사가 재개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최근 삼성카드,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핀크, 경남은행 등 6개사의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각 기업의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과 제재절차가 진행 중이란 이유에서다.

마이데이터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으로 흩어진 개인정보를 통합 조회 및 관리하고 제3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 자격을 갖춘 금융사는 합법적으로 고객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어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카드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국내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허가 신청을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를 포함한 수많은 금융사들이 앞다퉈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도 마이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진출에 뛰어들었지만. 금융위가 두 카드사의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확정하면서 활로가 가로막힌 상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위한 사정 신청을 실시하고, 삼성·하나카드를 포함해 35개 업체를 심사 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두 카드사의 심사 보류는 허가 신청기업의 대주주가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금융감독당국의 제재 절차를 밟고 있을 경우엔 관련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신용정보업감독규정' 때문이다.

하나카드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당한 사건이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재는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이 일시 중지된 상황이나 내부적으로 해당 사업 관련해 개발과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며 "카드사 자체 보유 중인 고객 데이터와 니즈 분석 기반으로 편리한 부가서비스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내년 초 자동차할부금융 사업 시작을 목표로 소비자에게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20년도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 추가 공모 사업에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제휴해 교통약자의 이동 소요시간 및 대기시간 단축을 돕는 '마이데이터 기반 장애인 이동지원 교통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사진제공=하나카드)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 제재심 대상에 올라 심사에 발목 잡힌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예고받았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는 금융사는 1년동안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분야 진출이 막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삼성생명에 제기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 대해 기각을 내린 점이 징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제재심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관련 조직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 제공을 이어온 바 있다. 최근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마이홈’에 자산조회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이 보유한 예금계좌, 카드, 현금영수증, 대출, 보험 등 금융자산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카드 김대환 대표(사진제공=삼성카드)


금융당국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심사는 예비허가 심사(2개월)와 본심사(1개월)로 나눠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3개월 간의 심사 기간을 걸쳐 내년 초 자격을 갖춘 기업에 라이선스를 부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삼성·하나카드 등 심사 보류된 6개 업체가 현재 제공 중인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내년 2월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심사 중인 기업이 내년 2월까지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체들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인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 및 제재절차가 종료될 때까지의 기간은 심사기간에서 제외하도록 결정했다"며 "신청인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과 제재절차 등 심사 보류를 결정하게 된 사유가 해소되면, 허가심사를 즉시 재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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