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방역 지침 강화
대면회의 및 외부활동 자제 권고
통신·IT·게임업계, 재택근무 전환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18일 현재 광복절 도심 집회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457, 이 가운데 서울이 282, 수도권이 432명에 달한다. 닷새 내리 세자릿수의 확진자가 기록하더니,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되고 있다. 신천지 이후 집단감염으로 인해 지역감염이 폭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확진자를 검사한 결과, 양성률이 15% 수준으로 매우 높다.

 

이처럼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조짐이 보이자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요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추가 감염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자 주요기업 상당수가 긴장하는 기색이다.

 

특히 현재 대다수의 확진자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다, 정확한 동선 파악이 쉽지 않아 기업들의 위기감도 남다르다. 기업들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직원들에게도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재택근무 확대와 방역 지침 준수를 강조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사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삼성과 LG는 방역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사내외 방역조치를 강화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개인위생과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모바일로 입력하는 문진을 지속하는 한편, 임산부, 육아 중인 직원에게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휴를 앞두고 모든 임직원에 '외출을 가급적 삼가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연휴 마지막날인 17일에는 서울 사랑제일교회나 스타벅스 파주 야당역점 등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면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며 추가 확산 차단에 나섰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협력사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서울 서초 R&D캠퍼스에서도 직원 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해당 직원 동선에 따라 긴급 방역조치를 실시하고, 접촉이 의심되는 직원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서초 R&D캠퍼스 A타워도 17일까지 폐쇄 조치를 내렸다. 다만 추가 확진자가 없는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LG그룹도 계열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긴장감이 역력하다. LG전자 서울역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 1명이 지난 16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LG전자는 해당 직원이 근무한 10층 건물은 방역조치 후 19일까지 폐쇄하는 한편, 10층에 근무 인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재택근무로 돌렸다. LG디스플레이도 사업장을 방역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의 동선을 파악해 신속히 접촉자 격리와 검사를 실시했다. 현재 검진 대상자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다.

 

LG그룹은 특히 이날부로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강화했다. 모든 사업장과 건물은 주 2회 이상 방역을 실시하고, 모든 건물과 사업장의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한다. 사업장 간 출장은 물론, 국내 사업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영을 자제하도록 했다. 50인 이상이 모이는 단체행사나 집합교육을 제한하고, 10인 이상 단체의 대면회의도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임산부·만성·기저질환자는 2주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의심증상·자녀돌봄 등 재택근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조직책임자의 재량 하에 재택근무 실시 등 유연 출퇴근제를 확대키로 했다. 계열사들에게도 코로나19 관련 조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출근시간 자율제를 확대하고, 직무에 따라 재택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안전지침을 환기시키며 주의를 당부했다현대차도 최근 의왕연구소 직원과 현대차 의왕연구소 내 현대로템 소속 직원 등이 최근 확진판정을 받으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연휴 시간 임직원들에게 고위험시설 및 기타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당부했던 현대차는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의심 지역을 방문한 경우 검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23일까지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클럽·주점·노래연습장 등 고위험 시설 방문을 금지하고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종교 등 소모임 활동 자제도 권고했다. 재택근무 연장 여부 등은 향후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SK하이닉스 등 생산라인이 있는 계열사는 기존 방역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임산부 등에 한해 재택근무를 진행한다.

 

롯데그룹은 대면 접촉이 많은 롯데면세점을 제외하고 아직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날부터 절반 가량의 직원들이 돌아가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다만 계열사별로 주1회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데다 방역관리를 강화해 온 만큼, 그 외 계열사는 개인 위생 강화와 방역 지침 준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홋데그룹은 출입 인원의 체온을 의무적으로 측정하고 전 부서별 일일현황 보고를 통해 의심자나 위험지역 방문·접촉자 여부를 파악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일제히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SK텔레콤은 오는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재택근무 기간 중 모든 회의는 비대면으로 하고 사내 공용시설 운영도 잠정 중단한다. KT23일까지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LG유플러스 역시 28일까지 각 조직의 인원을 절반으로 나눠 돌아가면서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IT·게임업계도 다시 사무실 문을 걸어 잠궜다. 네이버는 이날부터 2주간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회사로 출근하고, 나머지 사흘은 재택근무를 하는 ‘2+3’ 순환근무 방식이다. 카카오도 지난달 7일 정상근무로 전환했지만 이달 14일부터 다시 무기한 원격근무로 돌아갔다.

 

NHN28일까지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 말부터 전면 재택근무를 했다가 5월 말부터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한 지 3개월 만이다. 넥슨은 일주일에 사흘만 회사로 출근하고 이틀은 재택근무를 하는 '3+2' 근무로 돌아갔다. 앞서 넥슨은 일주일 중 4일은 회사로 출근하고 차루만 재택근무를 해왔다. 엔씨소프트는 28일까지 전사 순환 재택 근무제'를 운영한다. 이번 주는 하루, 다음 주는 이틀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31일 이후에는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재택근무제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내부 회의까지 자제하며 방역의 고삐를 조이는 까닭은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확산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이뤄져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만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구밀도도 높고 이동량도 많은 지역이 서울, 경기, 수도권이고, 연휴 동안 집회 등으로 인해 상당히 광범위한 유행이 크게 일어날 가능성을 다 갖췄다고 보고 있다지금 나오는 확진자는 1~2주 전 감염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사이에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났을 거라고 본다. 현재 확진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프로스포츠 관중 경기나 콘서트, 모임, 예배 등 전체적인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접촉이 늘어났다.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던 코로나19가 확 도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면 효과를 보는데 3~4주가 걸린다. 3단계로 갔을 때 오는 그런 사회적인 손실이나 경제적인 손실이 굉장히 부담되는 게 현실이지만 이런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과감하면 과감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지역에 인천지역을 새로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와 인천지역에서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클럽,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등 12종의 고위험시설과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도 중단한다. 수도권 소재 교회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도 금지된다.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 시설이라도 4제곱미터()1명 인원의 거리 두기 가능 여부, 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 준수가 강제화된다.

 

교육기관, 공공기관, 민간기업도 대면 접촉을 최대한 줄이도록 권고했다. 학교·유치원·어린이집은 등교수업 인원을 제한하고, 온라인을 통한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공공기관와 민간기업은 근무인원 조정을 권장했다. 공공기관은 유연 재택근무제를 적극 장려하고, 총 근무인원의 50%만 현장 근무를 하도록 했다민간기업도 유연 재택근무제나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통해 근무인원을 줄이도록 권고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