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불시착…법정싸움·구조조정만 남았다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4 17:08:13
현산·금호, '2500억 이행보증금' 소송전
내년 상반기 인력감축 불가피
▲ 김포공항에 주기되어 있는 아시아나항공기.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6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아간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2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아 경영정상화를 꾀할 예정이지만,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4년은 되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정공방과 사업 재편, 인력 감축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500억 둘러싼 법정 공방 예고현산-금호·채권단 서로 네 탓

 

우선 시급한 것은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의 소송이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대금의 10%에 해당하는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현산은 이 계약금 반환을 위해 소송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산은 환급 소송을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현산은 지난 4월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아시아나항공 주식 인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12주 재실사를 줄곤 요구해왔다.

 

현산은 코로나라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악화된 재무 건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납득할 수 없는 재무상태, 투명하지 못한 회계 등을 지적하며, ‘재무상황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실사 기간 동안 불성실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계약 무산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387%에서 3월 말에는 6280%까지 치솟았다. 관리비용을 줄이고 채권단으로부터 영구채 인수방식으로 3000억원을 긴급 수혈받았어도 부채비율은 2291%에 달한다. 자본짐식률도 지난해 말 18.62%에서 49.8%로 급격히 증가했다.

 

금호산업과 kdb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은 계약 무산의 책임은 현산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거래 무산의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금호산업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었다.

 

인수협상에 앞서 회계·법률 전문가를 투입해 7주간 실사를 진행하고 6개월 동안 인수단을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해 인수 준비를 해왔는데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통상적인 M&A 절차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도한 재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계약 해지 소송을 염두한 명분쌓기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1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지난 826일 경영자 간 면담이 진행됐고 채권단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고통 분담안을 제시하는 등 노력했지만 HDC현산은 기존 입장 변화가 없었다금호산업, HDC현산 모두 서로 귀책사유를 주장해 계약금 반환소송 등 여러 가지 소송이 진행될 개연성도 고민하고 있다. 소송은 법원에서 다뤄지겠지만 재매각 등 여러 가지 진행 상황을 보면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소송서 법원 판단 상이계악 무산 책임 입증이 쟁점

 

양 측의 법정공방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케미칼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이후 9년이나 계약금 반환 소송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인해 산업 전반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하면서 벌어진데다 인수협상 이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탄탄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인수 계약을 파기할 정도의 중대악화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이 인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왔는지, 이행보증금의 규모가 과도한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포기 등이 거론된다. 한화와 동국제강 모두 이행보증금 환급 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어그러진 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다. 2000년 출자 전환을 거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된 산은은 경영 정상화 이후 대우조선의 주가가 65000원까지 오르자 2008년 공개경쟁입찰로 매각에 나섰다. 한화는 63000억원을 써내며 공개경쟁입찰에서 포스코·GS·현대중공업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한화가 본 계약 체결 연기와 분할납부 등을 요구했지만 산은은 이를 받아들아서다.

 

산은은 기한 내에 최종계약을 하지 못하면 이행보증금을 갖는다MOU 내용에 들어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한화는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는 소송에서 당시 계약 무산의 주요인이 확인 실사를 하지 못한 데다 최종 계약 체결 전 검토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했지만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 결과, 20181260억여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동국제강은 200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쌍용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31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 경기도 침체에 빠지고, 쌍용건설 주가도 하락하자 동국제강은 인수 시기 1년 유예와 가격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캠코가 이를 거부하고 동국제강에 MOU 해지를 통보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동국제강은 200912월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지만 2011년 패소하면서 231억원 전액을 지급해야 했다. 법원은 4개월간 충분한 자료 검토 시간이 있었고 입찰 대금인 4600억원에 비해 이행보증금 규모가 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그룹도 계약금 반환 소송을 벌여 상당 액수를 회수한 적이 있다. 현대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현대상선을 통해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채권단 주관은행이었던 당시 외환은행(KEB하나은행)에 납부하고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은행 명의의 대출확인서를 제출했음에도 채권단이 인수자금의 출처를 문제 삼아 MOU를 해지하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일부 승소로 판결을 끌어냈다. 현대그룹은 이행보증금의 75%를 돌려받았다.

 

사업 재편·인력 감축뼈 깎는다이어트 불가피

 

2010년 산은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구조조정의 기로에 섰다.

 

일단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안기금 지원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께에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직원수는 9155, 평균연봉 6500만원이다. 같은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비교해 직원수(19063)와 평균 연봉(8083만원)이 현저히 낮다. 더 이상의 인력 감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구책으로 거론되는 게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 IDT, 아시아나에어포트의 매각이다. 산은은 앞서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통매각 원칙에서 물러나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에어부산의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올 상반기 에어부산 당기순손실은 1056억원, 지난 6월 기준 부채비율은 1883%에 이른다. 같은 기간 에어서울은 당기순손실 375억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기안기금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만큼, 이들의 분리 매각이 거론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추가 자구 계획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며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을 검토할 것이다.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리 매각이 단시일 내에 이뤄질지 미지수다. 코로나로 인한 불황 속에 막대한 부채를 추가로 짊어질 인수자가 나설지 의문이다.

 

더욱이 사업 재편이나 인력 감축에 따른 내홍도 우려된다. 이스타항공은 매각 무산 이후 60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무급 순환휴직을 제의했으나 사측이 거절했다며 부당해고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을 진행키로 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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