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배터리 전쟁, 엉킨 실타래 풀릴까

최문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8 17:03:58
미국 ITC,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심 3주 연기
LG회학 손들어 준 OUII…SK 이노 소송전 결과 낙관 어려워져
패소시 SK이노 징벌적 손해배상에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불가
“합의 적기” 지적에도 양사 모두 “법정서 승부 보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심을 3주 연기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극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기간이 3주 연장된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지만 양사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관련 최종심을 내달 26일로 연기했다. ITC는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에 미뤄진 최종심은 SK이노베이션이 원고인 특허침해 소송(337-TA-1179, 2차 소송)이다.

양사가 최종심 이전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된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각의 기대에도 양사의 극명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최종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한) 증거인멸 여부’를 두고 불이 붙었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해당 소송의 전적을 분석했을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LG화학 측이다. LG화학은 지난 2월 ITC의 예비판결에서 승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ITC의 예비판결이 뒤집힌 전례는 아직까진 없다. 이에 더해 27일 ITC 산하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해당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OUII는 “ITC 수석판사가 LG화학 측의 ‘발명자 부적격으로 인한 특허 무효 주장’과 관련한 문서들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는 증거 개시 절차 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이 주장하는 ‘발명자 부적격’ 항변과 관련 있는 문서와 정보들이 SK이노베이션의 문서 삭제 지시로 인해 지워졌을 것이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즉시 반격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OUII의 의견 제출 마감시간이 지난 9월 11일로 SK이노베이션의 의견 제출기한과 같아, OUII가 SK이노베이션의 반박 의견서에 기재된 사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낸 입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OUII의 수석판사가 SK이노베이션 측의 반박자료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내린 결론이라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이 불법으로 자사의 핵심 정보를 반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디지털 포렌식 작업 중 자사의 자료를 USB에 무단으로 담아 사외로 반출하려던 것을 현장에서 발견하고 즉시 작업을 중단, 이슈 제기를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포렌식 조사는 방대한 기술자료가 저장된 서버가 대상이었던 만큼, 중요한 기술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충분이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ITC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 위한 발의를 제출한 상태다”라며 “OUII 수석판사도 24일 공개된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요청한 LG화학의 USB‧장비 포렌식 진행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자료의 반출 등이 확인되고 보호명령 위반까지 확인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는 의견이다.

이처럼 양사는 합의를 위한 적기가 왔음에도 오히려 쟁점을 추가하며 법정에서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양사 모두 합의 가능성을 배재하진 않았지만,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LG화학보다는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적극성이 합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양사는 협상안을 조율하고 있기는 하지만, 합의금 부문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수조원 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 수준에서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TC 최종심이 이변 없이 LG화학의 승리로 끝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더불어 부품·소재 등에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에 따라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라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한국의 대표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정 공방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LG화학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행위로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소송제기가 터무니없다며 바로 맞소송으로 응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양사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법정 싸움만 9개에 달한다.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일지 (정리=최문정 기자)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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