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뉴시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9월 28일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집단소송법안은 피해자 50인 이상인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집단소송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상법 개정안은 모든 상거래에서 상인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5배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날 경총은 집단소송법 제정안 반대 이유로 “이 제정안과 함께 입법예고된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의 소(訴)가 집단소송으로 제기될 경우에 해당 기업은 소 제기가 알려지는 것만으로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며 “주가폭락, 신용경색, 매출저하로 이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로 경영상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어 “대기업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영세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등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생존 위협을 더 크게 받고,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경총은 이밖에도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 로펌까지 가세 무리한 기획소송이 남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송 전 증거조사, 자료 등 제출명령, 주장 및 입증책임 완화, 국민참여 재판(배심원) 등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등 핵심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크다”며 “기업의 신기술,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은 물론 국가 차원의 신산업 촉진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그대로 법률로 수용한 사례는 영미법 체계 국가에서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정부 제정안처럼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그대로 법률로 수용한 사례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도 드물다”며 “대륙법계 체계에 기반한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미국식이 아니라 공동소송, 제한적인 단체소송제 등 현행제도들을 보완ㆍ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한 경총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을 이어갔다. 먼저, B2C(기업과 소비자간), B2B(기업과 기업간)로 거래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 악의적 의도를 가진 소비자나 업체가 소송 제기를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소송이 남발되고 악용될 가능성이 현재처럼 특정 분야별 개별 법률에 의한 방식보다 훨씬 커진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경총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 일수록 소송리스크가 훨씬 더 크고, 전국 사업체 약 410만개 중 99.5%인 종업원 99인 이하 중소ㆍ영세 사업체일수록 상대적으로 법률리스크 대처에 매우 취약해 소송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폐업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총은 또한 정부의 2개 법안 동시 입법 추진이“어느 때보다 저성장ㆍ디지털 기술 진전에 맞춰 기업들이 전략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도전적인 혁신기술과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국내외 경제 및 기업 여건들을 고려, 2개 법안의 동시 입법 추진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집단적인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입법례를 심도 있게 검증ㆍ연구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확대 도입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611@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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