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로 전기요금 할인 종료하더니 ‘해외 석탄발전소’ 추진…무리수 행보?

선다혜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8 11:14:23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예비타당성 평가서 수익성 ‘제로’ 판단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 국정감사 ‘예산 낭비’ 부분으로 거센 질타를 맞았던 한국전력이 이번에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서 단행하는 만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더욱이 해당 사업은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과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면서 ‘그레이존(Gray zone)’ 사업으로 분류됐던 사업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원래 투자하기로 했던 600억원을 480억원으로 줄여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실적 부지 등으로 전기요금 특례 할인을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있는 마당에 이익이 마이너스인 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언행불일치”라는 날선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한전은 실적부진과 적자 폭을 줄여보기 위해서 그동안 시행해왔던 할인 제도를 순차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해외 투자로 구설수에 오른 한국전력에 대해선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레이존 사업’ 분류되자 우회적인 루트로 진행? 
투자금 600억→480억으로 줄여…‘편법‧꼼수’ 비판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은 “한전이 KDI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결과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판단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편법까지 쓰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지역에 총 2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Jawa 9&10호기)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3조 5000억원으로 한전이 지분 15%(600억원)를 투자하고, 두산중공업이 건설과 시공을 담당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전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음에도, 편법을 쓰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은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을 경우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를 받게 된다. 한전 역시 해당 사업에 대한 예타 조사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받았다. KDI는 예타 결과 사업성 -102억원으로 나오자, ‘그레이존’으로 분류했다. 그레이존은 사업수익성이 매우 낮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은 사업 추진 불가 판정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업계에서도 한전이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사업 추진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전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기존 투자금액에서 120억원 줄인 480억원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해 사업 재추진 하고 있다. 즉, KDI의 그레이존 분류 결과를 우회하기 위해서 그 기준이 되는 500억원보다 낮게 투자금을 재측정한 것이다. 500억원보다 투자금이 낮을 경우 한전 이사회만 통과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전은 변경된 사업계획을 오는 22일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으로 무리한 해외투자 진행?

이러한 행보를 두고 한전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김 의원은 “정부의 감독을 회피하기 위해 지분 투자액을 축소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비타당성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관련 법률의 취지까지 무시하는 막가파식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분을 축소한다고 수익률이 없던 사업이 갑자기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인 탈석탄 추세를 비추어보면 중장기적으로 현재 평가된 수익률이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투자계획을 철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 사업의 문제는 한전의 편법 추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KDI 예타 결과를 보면 한전은 지분 투자 외에도 채무보증 2500억원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영국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은 이 사업에 대한 자금을 대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이 돌연 ‘탈석탄화 선언’을 하면서 향후 계획된 자금이 온전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이 부담을 모두 한전이 져야할 수도 있다.

또한 발전소 시공 수주를 한 두산중공업이 제시한 시공비용이 유사 사업에 비해 75%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공사비도 더 불어날 수 있다. 이에 김 의원은 탈석탄이 단순한 변화가 아닌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석탄화력사업 투자는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두산과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한 먹거리 부족으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전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서 휘청거리는 두산중공업을 돕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 “해외 석탄사업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적 진행”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빗발치자 한전 측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해외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석탄사업의 경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자와 9&10 사업이 World Bank 등 국제기준 및 인니 환경기준을 훨씬 상회함은 물론, 추가적인 환경설비 투자를 통해 가장 친환경적 기준의 하나인 한국수준에 근접하도록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KDI 그레이존 분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만약 연구원 구성이 달라진다면 현재의 종합평점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 예타 표준 지침을 근거로 들었다.

한전 측은 예타 결과에 한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재신청 방안을 고려했지만, 사업일정 등을 고려해 인니 현지 공동사업주의 요청으로 지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꼼수 또는 편법 논란이 가중되자 한전 측은 기존 입장과 달리 예타 평가를 재신청하겠다고 16일 밝혔다.

한전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도 기존 KDI 예타 조사에서 그레이존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서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 일정 등을 고려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KDI 예타 재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측은 “현재 예타 제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추진되는 해외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전 측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KDI 예타에서 발전소 가동률 등 한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있다”면서 “인니 자바 9&10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이외 독일,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11개 국내외 상업은행으로부터 수익성을 인정받아 금융지원 확약서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은 해외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수익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특례할인 폐지=전기요금 인상’

한전의 해외 석탁발전소 사업 추진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이유 중 하나는 극심한 실적부진으로 인해서 ‘전기요금 특례할인’ 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실적부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적자를 타계할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자 결국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순차적 폐지를 선언했다. 이는 정부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던 주장에 반하는 것이다. 특례할인이 사라지게 되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아왔던 국민의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되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한전 이사회는 올해 종료되는 전기요금 특례할인(주택용 전기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전통시간 할인)에 대한 최종 개편안을 확정했다.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서 특정 용도나 대상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운영 중인 특례할인은 모두 11가지가 있으며 각 제도별로 일몰 기간이 다르다.

이날 이사회에서 연장 없이 종료하기로 결정한 주택용 절전할인은 직전 2년치 동월 대비 전기사용량을 20% 이상 줄이면 당월 요금의 10%를 감면받는 제도다. 이를 통해서 지난해 181만 9000여 가구가 450억원을 할인받았다. 하지만 제도가 없어지게 되면 할인을 받았던 약 182만 가구의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인상되게 된다.

한전은 제도를 폐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도 도입 전후로 전력소비량에 큰 폭의 변화가 없었고,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낮았으며 절전유도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정해진 기한대로 종료하되 한전이 아파트 LED조명 교체 지원 등 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는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금액 일부를 환급해주는 사업 등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 보급을 위해 정부가 2016년 3월에 도입한 전기차 충전 할인 제도는 충전요금 (㎾h당 52.5~244.1원)당 50%씩을 할인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6개월 연장 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쳤던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적자라는 이유로 폐지를 결정하면서, 그레이존 사업으로 한 차례 분류됐던 해외 석탄사업을 재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기존에 운영해오던 할인까지 폐지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사업 재추진에 대해서는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전은 KDI의 평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어서 더 큰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려고 하는 ‘언행불일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에 대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을 적자로 만들어 놨다. 한전은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매분기 반복되는 실적부진은 설명할 방도가 없다”며 “정부는 탈원전으로 인해서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때문에 한전이 정부의 말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없어 전기요금 특례할인 폐지 등 우회적은 방법으로 요금을 올리고 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문제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레이존으로 분류된 사업을 굳이 리스크를 감수해가면서 뛰어드는 이유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사업이 별탈없이 잘 진행 경우 돌아올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라며 “오죽하면 이번 사업이 탈원전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두산중공업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행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느냐. 그만큼 외부에서는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이 보인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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