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야 나도 순정이 있다 6개월 뒤에도 안 나오면 마 그땐 깡패가 되는 거야”
-영화 타짜中(?)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출시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차가 아직도 구매를 위해선 6~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얘기다.

다행(?)스럽게도 팰리세이드를 인도 받을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만한 소식도 들려온다. 슬슬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아차 모하비, 쉐보레 트래버스가 공개되고 6세대 포드 익스플로러가 사전계약에 들어가는 등 그간 빈약했던 국내 대형 SUV의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표를 끊어놓은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차종의 인기하락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럼에도 팰리세이드의 인도날짜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는 듯 보인다.

팰리세이드보다 더 큰 SUV들이 쇄도하지만 현대차라는 브랜드는 실제크기 대비 공간성 확보를 가장 잘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며, 팰리세이드는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여전히 동급 1인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시장에서 사랑받는 차종들의 약점으로 꼽히는 내장재 부분에서도 팰리세이드는 플래그쉽 모델답게 가격대비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대형SUV 몰아치는 연말…대기열은 여전?
가성비와 플래그십 두 마리 토끼 다잡다?

2019년 10월. 현 시점에서 한 통화의 전화를 걸어본다. 현대차 공식딜러는 “팰리세이드 구매가 여전히 6~8개월을 기다려야하지만 그리 큰 돈이 아닌 10만원이면 예약을 잡을 수 있다”며 “6개월 뒤에 사든 사지 않든 지금이라도 일단 예약을 걸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팰리세이드의 인기는 조금도 식지 않은 셈이다.

물론 다소 과장 된 부분은 있다. 팰리세이드의 품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보내기 위해 내수물량에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

당초 팰리세이드는 출시월인 2018년 12월 1908대를 팔고, 올 1월부터 5,903대→5,769대(2월)→6,377대(3월)→6,583대(4월) 순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다만, 팰리세이드가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6월을 전후해 내수판매량은 3,743대(5월)→3,127대(6월)→3,660대(7월)→2,304대(8월)→2,241대(9월)로 쪼그라들었다. 북미 물량 확보를 위해 내수물량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품귀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거품을 감안하더라도 팰리세이드의 인기를 부정하긴 어렵다. 앞으로도 월 2천대 초반의 물량만 팔린다고 가정하더라도, 6~8개월치 예약물량을 단순계산으로 환산하면 현 시점에서 못해도 14000~18000대 수준의 수요가 남아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의 상품성은 상당하다. 현재까지 출시됐거나 연말 안에 출시를 앞둔 경쟁차종들에 비해 가장 저렴한 가격(시작가 3500만원대)임에도 내장재와 안전장비 편의성 등에서는 오히려 앞지르는 면도 있다. 팰리세이드는 지난 9월 미국에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IIHS가 실시한 안정성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탑 세이프티픽 플러스’를 따내기도 했다. 현대차의 플래그쉽 SUV라는 포지션답다.


팰리세이드는 디자인적으로도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iF디자인상의 제품디자인 부문 수송디자인 분야에서 본상을 수상했고, 3월에는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본상을 따 냈다. iF와 레드 닷 디자인상은 IDEA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물론 기존에 보기 힘들던 디자인을 만들어낸 만큼 취향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호불호가 갈릴 만 하다. 헤드램프가 극단적으로 얇은 것이 특징인데, 기존에 타 차종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채용할 경우 헤드램프 영역을 얇게 가져가는 만큼 데이라이트 기능만 남겨두고 헤드램프를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만 팰리세이드는 헤드램프의 위치는 그대로 두고 데이라이트도 일정부분 삽입한 형태를 유지했다. 대신 헤드램프 바깥쪽에서도 데이라이트를 세로선을 따라 수직으로 더 길게 이어지도록 배치한 것이 독특하다.

이같은 디자인은 볼륨감을 키워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보통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수평선을, 공간감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수직선을 강조한다. 수직의 이미지는 데이라이트와 함께 세로로 배열된 하향·상향등과도 잘 매치가 되며 리어램프의 경우에도 위아래로 배치된 두 개의 램프가 세로선을 유기적으로 이어 내렸다. 팰리세이드가 공간을 중시하는 차량인 만큼 팰리세이드 고유의 특성을 상당히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팰리세이드의 공간감은 내부디자인과 편의성에서 더욱 확대된다. 2열시트는 버튼 한번으로 앞으로 제껴 3열로 들어가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폴딩도 가능하다. 기계식인 부분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2열을 신속하게 접고 펴는데는 좀더 용이한 지점이 있다. 3열의 경우는 전동식이며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제공한다. 형식상의 3열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3열공간인 셈이다. 다만 2열 공간의 배려 때문인지 3열의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레그룸은 다리가 바로 2열의 등받이에 바짝 닿을 정도이며 허벅지 부분이 완전히 시트에 밀착되지 않아 장시간 탑승은 피로할 수 있다.

내부공간의 고급감도 상당하다. 천장 전체를 알칸타라를 연상케 하는 보슬보슬한 스웨이드 느낌의 재질로 둘렀으며 대시보드와 도어 손잡이 라인에는 우드재질을 연상케 하는 가니시를 적용했다. 우드패턴이 인위적으로 나열 돼 있는 점은 아쉽지만 팰리세이드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공들인 수준으로 봐야할 것 같다.

무광의 크롬소재와 블랙하이글로시 재질도 상당히 많이 쓰였는데, 블랙하이글로시를 과하게 쓰지 않고 다이얼 윗 부분이나, 손이 잘 닿지 않는 네비게이션 테두리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블랙하이글로시의 경우 고급감을 형성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실생활에서 먼지가 묻거나 때가 잘 타는 재질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략적인 배치로 느껴지는 탓이다.

도어에는 LED 스팟 램프가 적용 돼 야간 승하차시 상당한 고급감을 맛 볼 수 있다. 아울러 럼버서포트가 포함된 12way 운전석 시트는 하차시에 자동으로 시트를 뒤로 빼주었다가 탑승시에 원래 세팅값으로 시트형태를 돌려놓기 때문에 승하차의 편리함을 느끼게 해준다.

전체적으로 큼지막한 디스플레이들이 많이 사용됐다. 네비게이션화면 등 메인 화면으로 주로 쓰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이며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9.7인치다. 클러스터 화면은 7인치이지만 다이얼이 기계식인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사이즈로 볼 수 있다. 아울러 HUD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클러스터의 화면이 크게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는데 전자식 변속 버튼이 적용된 만큼 센터페시아의 공간적인 개방감을 키운다. 우리가 시승한 모델은 2.2디젤 모델로 최고출력 202마력(ps), 최대토크 45.0kgf·m에 복합연비 12.6km/ℓ의 엔진성능을 낸다.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등에 적용된 바 있는 엔진으로 차급을 생각하면 다소 작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3.8가솔린 등과 비교해 연비와 세금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 공차중량이 대형 SUV치고는 가벼운(디젤2.2 1,945kg, 가솔린3.8 1,870kg) 축에 속한다는 점까지 고려해보면 가족용 SUV로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단 변속기와의 조합과 세팅은 자연스럽다. 저단에서의 변속 체감이 크지 않은 편이며 엔진의 소음도 크지 않다. 고속주행시에도 변속충격은 크지 않은편이지만 가속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타입이다. 전체적인 NVH 측면에서 보면 전면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은 크지 않지만 고속주행시 측면부와 하단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다소 존재한다. 다만, 엔진자체는 정숙한 편이다.

R-MDPS가 적용된 파워스티어링도 아주 정밀하지는 않지만 제법 매끄러운 감성을 보여준다. 우리팀의 시승차는 전자식 4륜구동 에이치트랙(HTRAC)가 적용됐는데 노면에 따른 구동력 배분을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행모드도 다양하다. 컴포트 모드와 에코 모드, 스포츠 모드 등으로 구성된 일반 주행모드가 있는 가 하면, 험로를 위한 머드, 샌드, 스노우 등의 터레인 모드도 갖추고 있다. 각각의 특성은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팅 변화값이 충분히 체감 될 수준이다. 

 

머드 모드는 지형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차체가 앞뒤로 약간의 진자운동을 하며 샌드머드는 구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RPM세팅값이 상당히 올라간다. 출발시 슬립을 방지해야 하는 스노우 모드는 초반 가속이 더디지만 매끄럽다. 플래그십 답게 일상주행과 캠핑 등의 험로주행 상황에서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아울러 이 차의 도어에는 험지주행을 위한 플라스틱 가니시가 장식으로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도어의 하단부가 차체 아래까지 덮는 클린실도어 형태로 돼 있어서 험로 주행 후에도 승하차 시에 옷에 진흙이나 먼지 등이 묻지 않게 해주는 디자인까지 더해져 있다.

플래그십 다운 구성은 편의장비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2열과 3열 승객을 배려한 ‘확산형 천장 송풍구’라든가 ‘후석대화모드’, ‘후석취침모드’ 등이 신선하다. 후석대화모드는 운전자의 말이 2,3열에서도 들리도록 스피커로 확산해 주는 시스템이며, 후석취침모드는 뒷쪽 스피커의 사운드를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네비게이션과 연게해 차량 터널 진입시 공조를 내기 순환모드로 자동 전환해주고 차량 윈도우를 달아주는 편의성도 탑재됐다.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미세먼지 제거기능인 공기청정모드도 존재하며 스마트키로 시동을 걸 수 있는 원격 시동기능도 있다.

안전장비 측면에서도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보조 등 첨단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이 기본적용 되는 등 대부분의 2단계 자율주행 기능들이 빠지지 않고 탑재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인식 기능의 경우 실제 주행에서도 상당한 반응성을 보였다. 차선을 밟았을 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차선에 다가가기 전에 차선의 라인을 읽고 대응하는 반응성이 상당히 민첩한 편에 속했다. 차선이탈 위험 시 핸들에 느껴지는 진동이나 차선이탈을 막기 위해 핸들에 개입하는 느낌도 상당히 준수했다.

가성비 차량임에도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빠지는 기능 없이 이러저러한 배려들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신경 쓴 모습이다. 대형 SUV들이 쏟아지는 연말이지만 그럼에도 팰리세이드는 상당부분 안심할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품귀현상에 나름에 이유가 있는 셈이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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