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자동차보험 손해율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 2~4월 크게 감소하고, 8월까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 형편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숨 섞인 분위기다. 올해 손해율 개선을 도왔던 '나이롱 환자' 감소와 자동차 운행량 축소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월별 손해율이 줄고 있으나 여전히 예정손해율을 상회해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손해율의 장기적 완화를 위해 대체부품 사용 활성화 및 대인배상제도 개선 등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자동차보험 손해율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 2~4월 크게 감소하고, 8월까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5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의 올 10월 자동차보험 가마감 손해율은 84.0~86.3%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96.9~98.9%) 보다 개선된 수치다.

올해 손해율 개선세는 작년 기록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손해율을 기록해 부진한 실적을 맞아야 했다.

105.9%를 기록한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 8월 기준 85%로 떨어지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맛 봤지만, 여전히 예정손해율을 상회하고 있어 눈에 띄는 호재는 아니란 설명이다. 업계는 자동차보험이 적자를 내지 않은 적정손해율(예정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작년 최악의 손해율을 기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코로나로 인해 추석에도 이동량이 줄고 장기간 운행하는 빈도도 낮아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적정 손해율 보다 높은 90%의 손해율을 웃돌아서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 월별 경과손해율 추이(자료제공=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손보사들의 ▲책임보험 ▲대인보험Ⅱ ▲대물 발생손해액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그 중 대인보험Ⅱ는 차 사고 빈도 감소에 '나이롱 환자'의 과잉 진료 감소 효과가 더해져 발생손해액이 상대적으로 급감할 수 있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경미한 타박임에도 장기치료하는 나이롱 환자에게 지급하는 치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인Ⅱ는 차 사고로 인해 타인이 다치거나 사망 시 위로금, 장례비, 병원비 등 타인의 물적 손해액을 배상해주는 선택 보험이다"며 "코로나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사고율이 감소해 나이롱 환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감소 효과이기 때문에 나이롱 환자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꾸준히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9천569억원으로 2015년보다 167.6% 급증했다. 이 중 경상환자 진료비는 2015년 6천499억원에서 지난해 1조2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차 사고 피해를 입은 경상환자가 한방 병원으로 가는 이유는 건전한 경우도 있지만 주로 일반 병원에 비해 높은 보험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체 추산 결과 경상환자는 연간 26만명 수준이다. 나이롱 환자 등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액은 무려 7000억원에 육박한다"며 "한방 병원에 입원한 경상환자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일반 병원의 2배에 가까워, 치료가 불필요해도 오랜 입원을 하거나, 일부 한의원 측에서 높은 보험금을 간판에 걸고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업계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수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보험개발원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초경미 사고' 발생시 대인보험금을 무조건 지급하는 관례를 깨기 위해 국제적인 지급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금 누수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최근까지 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로 인한 보험료 상승 등 소비자 피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체부품(인증품) 사용 활성화, 경상환자 과잉진료 완화를 위한 대인배상제도 개선방안 등이 논의돼왔다. 중·장기적인 자동차보험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논의는 지속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는 여러 거리두기 단계 속 손해율 추이를 확보했다. 내년에도 코로나가 이어진다면 손해율 움직임이 예상을 크게 벗어날 것 같진 않다"며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을 많이 판매해도 손해율에서 매년 적자를 본다. 손보사들은 보험료나 상품으로 인한 누수 영역이 잘 정리되고 불필요한 수리 및 경미 사고에 대한 과잉진료 완화를 돕는 제도가 탄탄히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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