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고객 마케팅 동의권을 쟁취하기 위해 사은품 증정 등 서비스 차원의 이벤트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전화 거부 의사를 밝힌 당일 세 통이나 더왔다", "수신거부 요청했는데 다른 번호로 전화 걸더라. 해당 카드 관련 차단 번호만 서른 개다", "마케팅 동의 푸는 거 너무 복잡해", "유용하고 솔깃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막무가내일 땐 답이 없다", "제휴사 포함해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온다. OO카드는 손쉽게 마케팅 동의를 해제할 수 있지만, OO카드사는 온라인 상으로도 찾기 어렵다"


최근 카드사의 빗발친 연락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말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에 동의치 않은 고객에게 전화영업을 금지하도록 했지만 소비자들은 그마저도 소용 없다고 토로했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을 지키기 위해 철회 여부를 확인하는 즉시 마케팅 명단에서 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고객 마케팅 동의권을 쟁취하기 위해 사은품 증정 등 서비스 차원의 이벤트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혜택 및 정보 제공, 수익성 및 데이터 확보, 프로모션 등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주 우리카드가 케이뱅크와 제휴해, 적금 가입 시 마케팅 동의를 한 고객에게 연 0.5% 우대금리를 적용해주고 연 10%까지 금리를 주는 ‘핫딜적금X우리카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국민카드도 올 상반기 고객이 본인의 지인에게 카드 상품을 소개하는 '친구추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피추천자가 가입 시 '카드마케팅 동의' 등 선택 동의사항을 모두 체크하면 추천자에게 캐시백 5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씨티은행도 지난 4월 씨티카드에 신규가입 시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고, 카드 발급 이후 1회 이상 일시불이나 할부를 사용한 고객에게 첫 연회비에 대한 캐시백 혜택 제공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앞서 전화영업을 막기 위해, '비대면 카드 영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고객이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거나 개별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외에는 전화영업을 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A카드사 고객은 "제3자 마케팅 활용에 동의해달라는 전화도 받아봤다"며 "하루는 마케팅 전화가 와서 무조건 '안 한다'고 말했지만, 들어만 달라고 하면서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설명했다. 중간 중간에 '네'라고 대답한 게 화근이 돼 장기카드 대출을 받게 됐다. 하루치 이자를 내고 바로 해지시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카드사 차원에서 직접 텔레마케팅을 진행한 건지 위탁 업체 등 아웃바운드사에서 어기고 있는 것인지 확실한 여부를 아는 게 필요하다. 각사 마케팅 정책과 전략이 있겠지만 실제로 카드사가 어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미 금융당국의 지침이 내려진 상태에서 마케팅 관련 위반을 해버리면 각 카드사에게 벌금 등의 징계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어길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각 사보다는 다양하게 연결된 위탁 업체 등이 욕심을 내거나, 혹은 철회 여부를 전달 받지 못하는 경우에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며 "카드사들이 고객으로부터 제3자 마케팅 활용 동의를 받으면 데이터 수집 후 해당 정보를 취합해 타 업체에 넘기는 구조로 진행한다. 철회되면 카드사들은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마케팅 활용 동의' 철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고객들은 동의 의사를 유지하기 조심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당사 앱을 통해 간편하게 동의할 수 있는 카드사가 있는 반면, 직접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러 탭을 거쳐야만 거부할 수 있는 카드사들도 있어 번거롭다는 의견도 나온다.

B카드사 고객은 "이용 중인 카드사 마케팅 동의를 취소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취소란이 꽁꽁 숨겨져 있었다. '마케팅' 키워드로 검색해도 나오질 않아 메뉴를 이것 저것 클릭하고 여러 탭을 경유한 뒤에야 거부 변경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카드 발급 등 금융권 서비스 신청을 진행할 때 '동의' 항목에 바로 바로 체크하기 보단 꼼꼼히 읽어보고 필요한 서비스인지 확인한 후 신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맹점 할인 이벤트 등 혜택을 위한 동의를 해야할 경우에 마케팅 정보가 가맹점에게 전달되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C카드사 고객은 "이런 마케팅 전화 많이 받아봤는데 운전 중이라고 하면 대개 바로 끊는다. 물론 다시 전화가 오지만 마케팅 동의 해제를 요청하면 된다. 그래도 전화가 올 수 있다. 그 때는 해당 번호를 차단하고, 다른 번호로 연락이 오면 그 번호를 차단하면 된다. 무한의 굴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동의를 취소해도 간혹 텔레마케팅을 진행하는 카드사가 있다. 아마 제3자 동의로 위탁 업체 등 타업체로 넘어간 경우일 것이다. 철회했지만 타 업체에서 변경 정보가 누락 돼 취소 의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건 카드사와 묶이긴 어려운 문제다"며 "기업에서 고객이 원치 않는 연락을 실수로 하는 경우와 고객이 명확한 취소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경우로 빚어지곤 하는 문제다"고 전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