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타운홀미팅 통해 모빌리티 전문기업 분사 비전 제시
이석희, 컨퍼런스콜-사내미팅 참여해 인텔 인수 등 설명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 제공=각 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스토리 경영’이 그룹 전반에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 회사의 현안에 대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근본적 혁신(딥체인지)를 꺼내 든 이후 5년 동안 매년 새로운 경영 화두를 제시해왔다. 공유인프라, 사회적 가치, 일하는 방식의 혁신, 구성원의 행복 등 관습적 경영을 탕피한 방법론들이었다. 

 

올해 그가 주목한 것은 ‘스토리 경영’. CEO가 시장, 투자자,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재무성과·배당정책 등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고객신뢰와 같은 사회적 가치, 지적재산권·일하는 문화와 같은 유·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한 기업의 총체적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끝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집중할 때 기업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CEO가 미래 가치와 성장잠재력을 제시, 시장의 지지를 확보하고 기업의 추진력을 높일 것을 주문해왔다. 지난달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이젠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CEO들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하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최 회장은 산업계의 트렌트 세터처럼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던 것에서 나아가 직접 이해관계자를 매료시킬 ‘스토리텔러’를 자청했다. 이천포럼을 앞두곤 홍보맨을 자청, B급 감성과 아재 개그를 버무린 영상으로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인문가치포럼에서는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최 회장의 솔선수범에 SK 계열사 CEO도 스토리텔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과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대표이사를 맡은 회사는 현재 분사와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우려로 동요가 감지된다. 이에 두 사장은 비전과 가시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박정호 사장이 지난 5일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CEO 타운홀미팅을 열었다. 주제는 모빌리티 전문기업 분사. 모빌리티 전문 기업 설립 발표 이후 박 사장이 비전을 설명한 자리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SK텔레콤은 연내 모빌리티 사업을 분할해 티맵 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신설할 예정이다. SK텔레콤에서 신설법인으로 이동하는 직원에게 일정 금액의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근무환경이나 처우 등 소속이 바뀌는 데 따른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술렁임이 이어지자 박 사장은 약 1시간에 걸쳐 이해를 구하는 데 주력했다. 분사 관련 직원은 물론, 원하는 직원은 소속과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박 사장은 “전문기업으로 독립했을 때 자유롭고 과감한 꿈을 그릴 수 있다”며 “전 세계에 없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꿈을 함께 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비전은 집에서 미국까지 가는 고객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모든 이동 과정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세상”이라며 “아직은 생태계 초기인 ‘올인원 MaaS’(Mobility as a Service)에 집중해 고객 삶이 윤택해졌으면 한다”고 설득했다. 

 

또 그는 “SK텔레콤에서 신생 회사로 이동할 때 회사 브랜드나 사회적 지위가 달라져 고민이 생긴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모빌리티 기업에서 일하다가 SK텔레콤으로 돌아오고 싶은 직원이 있다면 CDC(Career Development Course)를 열어 구성원의 이동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석희 사장 역시 지난 4일 컨퍼런스콜에 참여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컨퍼런스콜에 SK하이닉스 사장이 직접 참석한 건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를 10조3104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이 포함되는 대형 M&A다. SSD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텔인 만큼, 향후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5위권에서 2위로 수직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자본 규모와 매출액 대비 인수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줄곤 제기되며 시장은 M&A 이후부터 계속 출렁댔다. 

 

이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시장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 사장은 컨퍼런스콜 시작과 마무리 발표자로 나선 데 이어 인수 관련 질의에 직접 답하며 ‘전략적 투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낸드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SSD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하고 후발주자로서 단기간에 개선이 쉽지 않았던 규모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인텔의 낸드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며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강점과 주요 제품 포트폴리오가 중복된 부분이 적고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낸드 전 영역으로 원활하게 사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아 그간 데이터센터 분야서 채용 확대가 더뎠던 SSD를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QLC 기반으로 제공하며, 니어라인 SSD라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 콜드스토리지(장기 보관용 저장장치) 분야까지 (진출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3년 내에 낸드의 자생적 사업역량을 확보하고, 5년 내에 낸드 매출을 인수 이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이 사장은 “D램과 낸드간 균형잡힌 사업구조로 보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을 확보해, 메모리를 넘어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인수로) D램 선도기업으로만 인정받던 기업 가치를 탑 메모리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D램에서 보여드렸던 기적같은 턴어라운드 스토리를 낸드에서는 어떻게 재현해 나갈지 관심있게 봐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날 컨퍼런스콜 이후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올핸드미팅을 통해 3분기 실적을 설명하고 경영 현안에 대해 공유하기도 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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