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시 중기부 제재권 강화, 하도급법과 균형 맞지 않아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상생협력법개정안에 대해 경제계가 우려를 표시했다. 기술자료 입증책임 부담 전환과 제재 강화 등 법안 내용이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확산시켜 궁극적으로 기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달 9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에는 기술자료 입증책임 전환 기술자료 비밀유지협약 체결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손해배상소송 자료제출명령권 신설 등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중심 제도 도입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전경련은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제정된 상생협력법의 원래 취지와 상충할 뿐 아니라,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입법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기술자료 입증 책임의 전환과 분쟁조정 요청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직접 제재가 가능해지면 수·위탁기업간 갈등이 확산되고 기업 간 협력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했다.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은 데다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기존의 법리와 상충된다는 게 전경련의 지적이다.

 

민사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위반 행위의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에게 있다. 다만 정보의 비대칭 등으로 상대방의 고의과실 입증이 사실상 극히 어려운 분야에 한해 예외적으로 피고에게 죄 없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완화되고 소송하기 편한 구조가 돼 위수탁기업이 상대방을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인식해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통신내용과 같은 거래증빙자료를 기록·관리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소송과 같은 리스크를 피하려 공동 기술개발과 같은 협력관계가 위축되고 거래처를 오히려 해외 업체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경련은 우려했다.

 

또 분쟁조정이 당사자의 자발적 의지와 쌍방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기부 등 조정권자의 시정명령에 대해 형벌권 등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는 점도 분쟁조정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공정위에 대한 신고접수로 조사가 시작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도 벌금만 부과하는 하도급법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상생법이 조사시효와 처분시효를 규정하고 있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분쟁조정 요청이 있을 경우 수십년전 과거 사건까지 시정명령 등 중기부 처벌이 가능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술유용 문제는 다양한 연관 법령의 운용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반면 입증책임 전환 등 새로운 제재 강화는 기업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극복하려면 상생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기업 간 상생과 협력을 지원하는 법·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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