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 이미지 뱅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3(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된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숨죽인 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다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한 만큼, ‘외풍의 영향을 받는다. 그 중 하나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군사·외교·안보에서 전통적 우방이고, 우리기업들이 선전하는 전자·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최근 부쩍 협력이 강화된 국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으로 냉랭한 관계 속에서도 한류 콘텐츠에 대한 인기, 반일·반미 감정 확산 등으로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경제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맞부딪치면서 무역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곤혼스런 처지에 놓였다. 큰 손 화웨이가 떠난 자리를 비보나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메우고 있지만,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향후 추가 제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일단 조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예고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탈중국·미국 중심주의는 지속

 

산업계에서는 탈중국, 자국 중심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국가안보와 통상은 연계 짓는 부분이나 미국의 내수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다자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바이든의 플랫폼을 보면 미국 내 제조(Made in America)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미국 밖에서 제조하는 기업에 대해 35%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한편, 연방조달법을 개정해 미국기업의 참여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외국기업들에 굉장히 불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자국 산업 보호 목적의 세이프가드(통상법 201)와 안보상 수입 규제(무역확장법 232)도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철회되지는 않을 것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취소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중국 제재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노동기준, 환경, 인권, 국영기업 비시장경제주의, 사이버안보 등과 관련해 중국에 했던 기존 조치를 강화하고,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대해서도 동맹국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미중 무역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복잡해진 셈법

 

업종별로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바이든 후보의 경제·통상정책은 우리 기업에 양날이 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받을 엉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국은 안보에 굉장히 민감한 국가인데, 반도체 기술을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화웨이 제재 완화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은 우리나라에 생산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영향이 (대중국 제재가 지속된다 해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화웨이 제재를 비롯해 중국에 대한 견제가 이어진다면 대체 수요처 확보 등의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위축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 등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는 바이든 후보의 친환경 정책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후보는 그린 뉴딜 사업에 2조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기술 투자와 보급 확대를 위한 기반 시설 확충을 공약했다. 2035년까지 수송 분야에서 탄소배출 제로 달성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와 철강업계, 조선과 해운업계도 비관론이 강하다. 바이든 후보 역시 경제 안보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보호무역 조치에 환경과 노동 기준이 더 강화될 경우, 우리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바이든 후보가 공약한 탄소 조정세가 도입된다면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친환경 기조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선두주자인 현대·기아차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장밋빛 기대는 일러반독점·투자압박 등 변수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직면할 불확실성이 커졌다.

 

가장 큰 부담은 투자 압박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을 지을 경우 세금 감면을, 미국 이외의 지역에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기업에겐 징벌적 세금을 물리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미국에 추가로 생산시설을 건립해야 할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증세 기조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바이든 후보는 현행 21%인 법인세를 28%까지 올리겠다고 밝히는 한편, 최저임금도 점진적으로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IT 반독점 규제 역시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우리 산업계에 불편한 요소다. 민주당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을 반독점기업으로 지정해 강제 분할을 명령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러한 규제가 가시화되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 D램 수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당국을 상대로 개표를 중단시키는 소송을 내는 등 불복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른 소요와 갈등도 내년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미국 대선은 예년 선거와 달리 결과로 인한 미국사회의 분열과 그로 인한 후유증과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과 경제계는 시나리오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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