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와 소송전 돌입

▲지난해 아시아나 인수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몽규 회장의 모습 (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계약금 2500억원을 둘러싼 법적 공방전이 시작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형로펌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정하는 등 금호산업-아시아나가 청구한 계약금 몰취 소송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계약 해지는 매도인 측의 재실사 거부 등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결과이자 금호산업의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현대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이 요구한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 요구에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법적 대응조치 및 그외의 진행상황 등은 추후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3일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이 제기한 질권소멸통지 등 청구소송의 소장을 송달받았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행에 대한 보증금 형식으로 에스크로 계좌에 납입한 2500억원을 두고 벌어진 소송전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출금이 제한되는 특수계좌로, 납입된 계약금엔 매각·인수측 양측 모두가 합의해야 인출할 수 있는 질권이 설정돼 있다.

매각측(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 인수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인수측(HDC현대산업개발)에게 이행보증금 2500억원에 대한 질권을 해지하라 요구했으나, 현대산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해지의 귀책사유는 금호산업에 있다고 판단, 계약금의 질권 해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이 주장하는 금호-아시아나의 귀책사유는 인수계약의 기준이 되는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한 점을 비롯해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과 관련해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이다.

현대산업은 금호산업의 회계상 문제를 거론하며, 8월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에 정밀 재실사를 요구했으나 매각측은 이를 거부했다. ‘통상적인 인수과정에서 이뤄지지않는 수준의 과도한 요구’라는 이유다.

양측은 날 선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지난 9월 11일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는 현대산업 측에 계약 해제를 선언했고, 현대산업 측에 계약금 2500억의 질권을 해지하라고 통지했다. 현대산업이 계약금에 대한 질권 해지를 거절하자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은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원고 소가는 2514억9999만9610원이다.

경영 불확실성 털어냈나 했는데…소송 리스크 막막
이번 소송전은 현대산업의 내년 상반기 경영 실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산업은 소송전에 돌입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확보가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했다. 법적 공방에 따른 부가 비용과 순이익 절감, 기존 사업에 미칠 악영향, 기업 이미지 추락 등이 우려된다.

지난해 6400세대의 적은 분양 실적에 이어 올 상반기 분양 공백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했던 현대산업에게 난제가 겹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를 누르던 가장 큰 요인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리스크가 해결된 후,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산업을 장단기신용등급 하향검토 감시대상에서 해제하는 등 위험요소가 해소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사업 안정성이 불확실한 항공업 인수가 무산된 후 경영 불확실성을 덜고 실익을 챙겼다는 평을 받던 현대산업에게 다시 법적 공방이란 대형 리스크가 생겼다.

KB증권은 지난 9월 리포트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 리스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주가 및 경영실적 회복을 하기위해선 부진했던 주택공급 회복 방안 및 신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산업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본 마련보단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전에 대비한 자금 확보가 급선무가 됐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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