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갑질…대리점 우량 거래처 빼돌리기 의혹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한국시장 멸시(蔑視)’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그간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2013년부터 ‘외국본사 황제배당’에 나서면서 ‘벌어서 본사 다 주는 외국계 기업’ 중에서도 탑클래스로 꼽히는 동시에 국내 기부금에는 ‘업계 빅3’ 중에서 가장 인색한 면모를 보이며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엔 심지어 직영 부품판매점 출점을 추진하면서 국내 부품대리점의 우량고객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국내 대리점들은 ‘부품판매권 회수’를 위한 것 아니냐면서 걱정을 늘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은 외국으로 보내고, 기부에는 가장 인색하고, 가맹점이나 하도급업체에게는 갑질을 하는 ‘그랜드슬램 달성 업체’로 인식되는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 <스페셜경제>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한국시장 멸시’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피땀 흘린 대리점 영업망 본사가 스틸?
3년전 협의 뒤엎은 직판점 확대 빅피쳐
하도급갑질 공정위 제재…‘기술보호위반’
볼보DNA ‘본사배당 황제↔기부금 천민’

최근 불거진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부품대리점 갑질’ 논란의 주요 골자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현재 4곳인 직영 부품판매점(이하 직판점)에 더해 충남 아산에 직판점 추가 개설을 추진하면서 국내 부품대리점(이하 대리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전국 부품대리점을 대상으로 거래처 매출 조사를 실시한 뒤, 일부 대리점에서 거래처 매출이 급감하고 거래 단절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기존 대리점들의 우량고객을 적극적으로 빼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대리점들이 직판점 추가개설이 현실화되기 전부터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현재 직판점이 운영 중인 전라도 광주, 부산, 대전, 경북 등에서는 발생하고 있는 대리점들의 업황악화 경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리점들 입장에선 수십 년간 다져온 영업망을 고스란히 직판점에 내줘야 한다는 점에서 분노가 매우 큰 것으로 관측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와 전국부품대리점협의회, 관련 내용을 보도한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2014년 9월 네트워크 게시판을 통해 당시 전국 45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주요업체(Key Accaunt) 조사를 단행했다. 각 대리점의 본사지정 113개 거래처에 대한 부품판매량을 알아본 것이다. 문제는 이 조사 이후 일부 대리점의 해당 거래처 매출이 하락,심한 경우 거래 단절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노컷뉴스>는 이와 관련된 사례로, ▲조사 이후 30~40% 가량 매출이 떨어진 A업체 ▲해마다 거래량이 줄다가 결국 거래가 끊긴 B업체 등의 주장을 싣기도 했다.

42개 대리점으로 구성된 볼보건설기계 전국부품대리점협의회는 생존권 방어를 위해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오랜 숙원 직판점 확대…3년 전 무산된 계획 다시 꺼내

이와 관련해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꾸준히 직판점 확대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2015년 7월 직영점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16년 전국부품대리점협의회 총회에서 2018년까지 전국에 9개 직판점을 추가 개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리점협의회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양측의 협의 하에 계획은 무산됐다.

이랬던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3년 만에 이를 번복해 직판점 확장 계획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새 직판점은 아산시에 이번달 중으로 들어설 예정인데, 이는 충남 천안 대리점과 직선거리로 17㎞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대리점협의회는 대리점들의 반발에도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과거의 약속을 깨고 직판점 추가 개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부품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리점이 그간 일궈온 노력을 강탈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점을 통한 부품판매 체계를 직판점 체계로 재편하면 대리점이 내는 마진을 본사가 흡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국내 연간 부품시장 규모는 6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며 볼보는 현재 직판점 직판점 4곳과 42곳의 대리점에서 자사의 중장비 부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대리점을 밀어내고 본사 독식구조를 만들려 한다는 게 대리점협의회 측의 주장인 셈이다.

이는 수년간 회사의 성장을 함께 해온 국내 대리점을 수익성의 논리로 영업권을 강탈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한국에 들어선 것은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7월 삼성중공업 건설기계 부분을 볼보가 인수하면서 부터다. 대다수의 대리점들은 당초 삼성중공업 부품대리점이었고 자연스럽게 볼보의 대리점이 됐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인수 당시 매출은 3700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연평균 약 2조원 수준으로 다섯 배 이상 뛰었고, 이 과정에는 대리점들의 거래처를 관리·확장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최근까지도 대리점들은 본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거래처에 순정부품을 차질 없이 공급해 왔는 점도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직판점 확장이 수익성을 위한 본사의 갑질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볼보건설기계 측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꾸준히 제기 돼 온 ‘한국시장 괄시’ 논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한국시장에 대한 괄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하도급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관련서면을 교부하지 않아 절차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볼보그룹코리아에게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볼보코리아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굴삭기 부품제작을 하도급업체에 위탁해 납품받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의 기술보호 절차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총 10개 하도급업체에 핵심 기술자료인 제작도면을 요구하면서 비밀유지방법과 권리귀속관계, 대가 및 지급방법 등을 마련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에 따르면 원청은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요구목적과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방법 등을 서로 협의해 정하고 그 내용을 담은 서면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본사 황제배당…한국시장을 보는 시각

업계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단발성으로 발생한 사건들이 아닌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한국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문제와 연관지어 보기도 한다. 외국 본사 황제배당을 통한 국부유출 논란이 대표적이다.

앞서 2006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 볼보트럭코리아, 볼보펜타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볼보그룹코리아는 외국계 대기업 고배당 국부유출(國富流出) 논란이 주목되던 2017년 5월, 이 중에서도 당기순이익의 2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배당성향 1위로 주목받은 바 있다. (동년 7월 이후 볼보트럭코리아는 독자 법인으로 분리)

동월 11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외국계 기업 44개사와 국내 기업 374개사의 배당성향과 기부금 현황 조사에서 외국계 대기업의 배당성향이 75.9%로 조사된 가운데 볼보그룹코리아는 192.0%의 배당성향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외국 본사로 가져간 셈이다. 당시 국내 대기업의 배당성향은 23.6% 수준이었다. 볼보그룹코리아의 해당년도 당기순이익은 573억원이며 배당금은 1,100억원에 이르는 등 금액상으로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볼보그룹은 2017년도에도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본사로 보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볼보그룹코리아의 2017년도 배당성향은 90.8%로 당기순이익은 440억원이며 배당금은 400억원에 달했다.

물론 배당은 주주의 권익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마냥 부정적인 부분은 아니다. 다만, 외국계 대기업의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내유보율이 낮다는 얘기다. 국내 직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볼보의 배당액은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현재 볼보그룹코리아의 모든 지분은 Volvo Korea Holding AB가 보유하고 있다.

韓 기부는 꼴찌

대조적으로 순이익의 2배까지도 외국 본사로 넘기는 볼보그룹코리아가 기부금 비중은 국내 건설기계 빅3중 꼴찌라는 점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한국시장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볼보그룹코리아의 기부금은 3억원으로, 액면가로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지만,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까지 보면 오히려 0.11%포인트(p) 하락한 0.02%로 3사 중 꼴찌임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동년 볼보그룹코리아의 배당성향은 90.8%로 400억원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배정했다. 극명한 대비가 이뤄진 셈이다.

대조적으로 건설기계 1위 업체 두산인프라코어는 기부금으로 88억원을 집행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0.07%p 올랐다. 매출 증가율이 15%에 머무는데도 기부금은 159% 늘린 것이다.

볼보그룹코리아보다 매출이 낮은 현대건설기계도 기부금으로 16억원을 배정하면서 볼보그룹코리아의 5배가 넘는 기부금을 냈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으로 봐도 볼보그룹코리아보다 높은 0.08%를 기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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