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대 항공사 탄생 초읽기
독과점〮구조조정 우려는 그림자
‘최대걸림돌’ KCGI 가처분 소송…인용시 인수 무산
기대효과 큰 만큼 ‘승자의 저주’도 우려

▲ 지난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하나로 묶이는 국적항공사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국내 1, 2위 대형항공사(FSC)가 통합하면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지만, 독과점과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위태로웠다. 2018년부터 적자 전환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파산 직전이다. 급기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자 기수를 대한항공으로 돌렸다.

산은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골칫덩이’였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의 정상화 작업 후 재매각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재매각은커녕 정상화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항공업계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운영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난 16일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산은이 추진하는 거래 구조는 3단계다. 산은이 한진칼에,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신주(3자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과 대한항공 주식을 담보로 한 교환사채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투자한다. 

 

한진칼은 8000억원 중 7300억원을 대한항공이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수가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경영권 문제부터 시작해 대한항공·아시아나 인력구조조정, 공정거래위원회 결합 승인 여부 등이 풀어야할 숙제가 태산이다.

 

조원태 “양사 노조의 상생 방법 찾을 것” vs 노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현실성 없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공식화되자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대한항공과 산은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지만 항공업계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현재 간접부문 인력은 대한항공이 1100명 정도이며, 아시아나항공이 800명 정도다. 여기서 아시아나항공의 간접부문 인력 800여명에 대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양사의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통합작업 및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소요되는 인력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고, 이 건은 한진가(조원태 회장 측)에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도 최근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양사 노조를) 만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5개 노조는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갖고 현 고용 수준 보장과 구조조정 최소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노조의 반발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느닷없는 인수합병 소식은 항공종사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구조조정 없이 대한항공-아시아나를 합병하겠다는 발표는 항공업계 누구도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내년 4월 초 이후 아시아나항공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아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지 않았지만, 고용유지 시한이 끝나는 시점에는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40조원 규모로 조성한 정책기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월 초부터 내년 4월 초까지 6개월 간 고용을 90%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의 경우 한진칼의 아시아나 인수를 찬성하는 한편, 정부와 양 회사 경영진을 양해 고용안전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어 인수를 반대하는 ‘3자 연합’을 향해서는 간섭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최대영 항공산업연맹 위원장, 조영남 대한항공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곽상기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조 인사들은 피켓 시위를 벌이며 “항공산업노동자의 최우선 과제는 고용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사의 승무원도 인수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일단 고용안전은 보장해준다 했지만 향후 직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올지 모르겠다”며 고용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이어 “대한항공 기장의 경우는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되기가 어려워 아시아나항공에서 비행시간을 채우고 대한항공으로 오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수를 갑자기 한다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기장을 가장 먼저 달 것”이라고 지적했다.

‘1차 관문’ KCGI 가처분 소송…인용 시 인수 무산
‘3자 연합’이 항공 빅딜의 최대 걸림돌이다. 25일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열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시 아시아나 인수는 무산이 된다. 

 

내달 2일이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란 점 등을 고려할 시 법원의 심문은 사실상 이날 한 번으로 종결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산은은 “법원 가처분 인용 시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매각이 무산된다면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3자 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주주협의체다. 이번 인수가 없었더라면 3자 연합은 내년 4월 주주총회에서 한진칼의 최대 주주로 발돋음이 가능했지만 조원태 회장이 산은을 백기사로 얻어 불리해진 상황이다. 


산은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이는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된다. 현재 3자 연합 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을 앞서고 있다. 


이에 KCGI는 지난 19일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한진칼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진그룹은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붕괴된다고 나섰다. 법원 심문을 앞두고 한진그룹은 “KCGI는 연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KCGI는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 결과를 얻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거짓말로 가처분 재판부의 눈을 가리려고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도, 사실관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투기 세력의 욕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까지 발목이 잡힐 위기에 놓였다”고 피력했다.


대한항공의 전직 임원들도 “현재 국내 항공산업이 처한 현실을 감안해 (인수는)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3자 연합을 비난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지난 1년 가까이 회사가 어려울 때 대주주로서 생산적인 대안 제시나 책임 있는 행동 한번 없이 뒷짐지듯 있다가 이제 와서 주주 권리 운운한다”며 “사리사욕을 위해 국가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한 각계의 피땀 어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최대 관심사 ‘항공료 인상’, ‘마일리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항공료 인상과 마일리지다. 조원태 회장은 “가격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항공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조 회장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결합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는 결합으로 인해 일부 노선에서 경쟁이 저하되는 등 경쟁 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무처는 이스타항공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전원회의에서 ‘항공사 사업자 수가 하나 줄어들면 7%의 가격 인상이 일어난다’는 미국 법무부의 분석을 인용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FSC의 급격한 운임 상승이 없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며 ‘항공협정에 의해 상한선’이 있기에 국제선은 임의 설정이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상한선 자체는 높게 책정돼 있어 국토부 발언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한선이라는 것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 공시한 특정 노선 운임이다.

 

이들이 정한 노선별 요금이 해당 노선의 최고 가격 구실을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 값으로 판매되지 않아왔다.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공시요금보다 할인한 시장요금으로 판매됐다.

 

워싱턴, 애틀랜타 등 일부 미국노선은 대한항공이 독점해와 지금까지 그에 대한 폐해를 느꼈다는 소비자도 여럿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인 뉴욕, LA 등에 비해 높은 가격 책정으로 인해서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모두 취항하는 유럽의 로마, 바르셀로나 등의 경우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저렴해진 바 있어 높은 가격 책정의 원인이 ‘독점’이 아니라는 해명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진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항공사 합병 사례만 참고하더라도 합병 후 공급력 통제에 따른 운임 상승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위 경제분석과를 통해 이 부분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후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기업결합이 신고가 접수될 시 정식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소유하고 있던 소비자들의 걱정도 크다. 앞서,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합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사용처가 부족해 소비자 불편이 컸던 만큼 오히려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1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보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가 비싼 값으로 쳐지기 때문이다.


사용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 당 1마일이, 아시아나항공은 100원 당 1마일이 적립된다. 


이에 소비자들도 대한항공 측이 마일리지를 1:1 비율로 통합할리 없다는 의견이 다분했다. 일부 소비자는 양사 합병 전에 재빨리 아시아나 마일리지 소비에 나서기도 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보유한 네티즌들은 “마일리지 가치가 낮아졌다”, “그냥 1:1해주면 좋은데 1:1.2만해도 짜증날 것 같다” 등 불만을 보였다.


반면,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보너스 좌석 예약과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신들에게 돌아올 혜택이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혜택은 어떠한 방침이 나와도 양쪽 사용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러한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봤다. 아시아나 인수가 본격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합병비율 산정 등 준비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통합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인수부터 하고, 아시아나를 먼저 들여다봐야 답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효과 높은 만큼 ‘승자의 저주’ 우려

한국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항공사가 탄생해 그에 따른 기대효과는 크다. 정부는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TOP 10위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7조원 가량의 정책자금이 양사에 투입돼 내년까지 두 항공사를 그대로 놔둘 시 추가로 투입될 혈세도 고려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자산 40조원, 연매출 19조6000억원, 항공기 259대(LCC 포함 315대), 국제여객 수송 인원 세계10위,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 62.5%(LCC 포함) 규모에 이른다.


여객·화물 운송 실적의 경우 양 사를 합칠 시 현재 10위권의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해진다. IA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로 단순 합산할 시 세계 7위권으로 상승하게 된다.

 

산은은 노선 운영 합리화,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내다봤다. 또한, 운항스케쥴 및 연결편 개선, 노선 확대, 마일리지 통합 등으로 국내 항공 소비자의 편익도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증권가에서도 유럽과 미국 노선을 중심으로 국제선 중복 노선 제거, 기재 도입 혹은 유류 구매 시, 규모의 경제 효과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또, 양사 정비물량 확보로 해외 외주정비의 내수 전환을 통한 국부유출 방지와 MRO산업(정비, 부품수주, 훈련 등)의 체계적인 육성 등 연관 산업 발전 및 국내 항공업 전반의 안전역량 제고 효과 등도 기대된다.


하지만, 저주도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9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약 12조8000억원(부채비율 2309%), 별도 기준 약 11조550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부담 완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을 분리매각 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5000억원 유상증자 대금과 영구채 인수대금 300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더라도 10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떠안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내년 말까지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또, 여객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시 동반 부실의 우려도 나온다. 


방민진 연구원은 “합병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기 전까지 동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 항공사의 독과점 문제도 걸림돌이다. 통상적으로, 인수합병이 결정되면 신고서 접수 후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인수 주체의 직전 사업연도 자산 총액 혹은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 피인수사가 300억원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승인하지 않는다면 두 항공사의 합병은 무산된다. 신고서 접수는 아직이지만 공정위는 항공업계의 매출·점유율·부채비율 등 시장 상황과 해외 기업결합 사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항공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합병은 2022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