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직권 감사인 사전지정 통지를 받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꿔달라고 재지정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사전지정 통지 이후 2주 동안 회사와 회계법인으로부터 재지정 의견서를 취합한 결과 직권지정 대상 638개사 중에서 절반 이상이 회계법인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요청한 회사 대부분이 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 빅4로 불리는 대형회계법인이 감사인으로 지정된 회사들로, 자산규모가 작은 중소형 회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인들은 그동안 대부분 중소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겨왔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상장사 513개사와 비상장사 122개사 등 직권지정 대상회사 총 635개사에게 지정감사인을 사전통지했다. 6년 동안 자유수임한 상장사들에게 3년 동안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과 달리 직권지정은 쉽게 말해 관리가 필요한 기업에 대한 당국의 조치다.

지정대상 가운데 3년 연속 영업손실 등 재무기준에 해당하는 상장사자 197개사로 가장 많았다. 부채 비율이 과다한 상장사가 111개사, 관리종목 83개사 등이었다. 당국은 지정회사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1회 한해서 재지정요청권을 부여했다.

특히 자기군(群)보다 상위군의 회계법인을 재지정요청할 수 있는 종전방식에 더해 하위군의 회계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선택폭을 넓힌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일부 기업은 빅4 회계법인을 사전지정받자 해당 감사인과 연락 한 번 없이 하위군으로 재지정 요청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빅4 포비아는 높은 감사보수와 비적정 감사의견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재무문제로 직권지정을 받은 회사들의 새 감사인이 된 회계법인은 투입시간과 인력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형회계법인의 경우 품질관리를 위한 비용 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높은 감사보수를 제시해 피감사 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빅4를 벗어난다고 해서 감사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정대상 회사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단 20개로, 전체 회계법인 182개의 11%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감사인 등록제에 따라 일정정도의 규모와 리스크관리가 가능한 회계법인을 추렸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지정감사보수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회계법인이 과도한 감사보수를 제시해 기업부담이 높아지는 경우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회사외 회계법인 사이의 중재자로 '권고' 수준의 역할 밖에 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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