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창업 10여년만에 스타트업 M&A 신화
한국 넘어 글로벌시장 도전
[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역사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하며 IT벤처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박씨(25). 그는 “디자인과 서비스 모두 유명한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김봉진 의장처럼 좋아하는 일과 IT기술을 접목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의 우상인 김 의장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창업주다. 2011년 푸드테크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해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조 이상 스타트업)으로 키웠다. 2013년 벤처기업협회의 ‘창업가 100인이 뽑은 닮고 싶은 창업가’ 조사에서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현재 기업가치는 5조원에 육박한다. 독일의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말 우아한형제들과의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DH가 책정한 인수금액은 국내 스타트업 M&A 역사상 최고액인 4조7500억원이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최고를 향한 김 의장의 노력과 열정이 빛을 발한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고흐가 내 롤모델"...스타트업 디자이너로 꿈 키워
1976년생 올해로 44세인 김 의장은 한 때 화가를 꿈꿨다. 김 의장이 “빈센트 반 고흐가 너무 멋있어서 그를 내 롤모델로 삼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꿈에 예고 진학을 원했지만 가족의 만류로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미술을 좋아하던 김 의장과 미술 수업은 단 한 번도 없는 공고의 수업 체계는 맞지 않았다. 김 의장은 “당시 반에 2명 있던 축구부 친구들을 제외하면 내가 꼴찌였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다시금 미술에 도전하게 됐고 그 결과 1995년 서울예술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에 진학해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디자이너로서 역량이 출중했던 그는 사회에 나와서도 그 능력을 인정 받았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디자인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을 정도였다. 그가 거쳐 온 곳들은 이모션, 네오위즈, NHN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기업이다.
▲두 번의 창업, 실패 딛고 대성공으로
김 의장은 “디자이너로서 7,8년차가 되고 나니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라는 이유로 가구 디자인 업체를 세웠다. 그의 첫 번째 창업이었지만, 결과는 싶패였다. 김 의장은 “가구는 예뻤지만 갤러리인줄 아는 사람이 더 많았고 판매가 안돼서 결국 2억이라는 빚만 얻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창업 실패를 겪은 2008년 다시 NHN, 지금의 네이버로 들어가 디자인 일을 계속했다. 디자인이라는 학문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김 의장은 2010년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에 진학하며 NHN을 퇴사했다. 우리 모두가 아는 배민은 이 시기 처음 탄생했다.
김 의장은 “당시 같은 디자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픈캐스트를 하나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국, 일본 등에서 애플과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와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됐다”라며 “공부를 해보니 앞으로의 시장은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세상이 올 것 같은데 그 시기에 필요한 것이 뭘까 고민하다 ‘모든 이의 전화번호부에 있는 치킨, 중국집 번호를 한데 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배민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말대로 초창기 배민은 그저 온라인 전단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초창기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을 포함한 6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6명이라는 인원으로 수많은 외식업체의 정보를 모으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 의장은 “우선 전단지를 데이터화해야겠다는 생각에 쓰레기통부터 길거리 등 전단지 수집을 위해 안 뒤진 곳이 없다”라며 “나중에는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 알바생까지 고용해가며 전단지 수집에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온라인 전단지 대백과 배민은 크게 성공했다. 배민은 2010년 6월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넘쳐나는 종이 전단지 처리가 귀찮았던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인 김 의장의 감각으로 접근성이 높았던 배민의 UI(이용자경험)와 UX(이용자환경) 또한 이에 한몫했다.
우아한형제들과 김 의장은 UI, UX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 디자인을 적극 활용한다. 배민 특유의 B급 감성은 키치, 패러디 등의 디자인 트렌드를 브랜딩에 접목한 결과다. 주기적으로 자체 폰트를 출시하고 배민 문방구라는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는 다양한 굿즈가 인기를 끌며 우아한형제들은 ‘디자인 잘하는 IT기업’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김 의장과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디자인 경영의 최전선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디자인 경영은 우아한형제들이 지금껏 해온 바와 같이 상품, 서비스, 조직에 디자인 개념을 구체화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지식 경영 방안을 말한다.
▲끝나지 않은 도전…M&A와 해외진출
10여년간 이어온 김 의장의 도전과 성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장과 변화가 없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라고 말하는 김 의장은 기업의 성장과 도전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이번 M&A 또한 김 의장이 강조하는 성장 중 하나의 과정일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발표된 우아한형제들과 DH의 M&A 소식을 두고 업계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DH가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기요’, ‘배달통’ 등과 배민의 배달앱 시장 내 점유율을 합치면 100%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이 결합할 경우 완벽한 독점 체제로 시장 횡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의장은 더 늦기 전에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기업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DH와의 협력으로 몸집을 키워 해외 시장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이번 M&A를 도전을 위한 협력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두 기업의 M&A는 협력에 더욱 가깝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을 100% 가져가긴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등 서비스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M&A에서 흔히 있는 구조조정도 없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은 아시아 시장 석권을 위해 각각 50:50 출자로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두 기업이 설립할 합작법인은 ‘우아DH아시아’로 한국을 포함한 홍콩, 대만 등 아시아 11개국의 배달앱 사업 전반을 관할할 예정이다. 이 우아DH아시아의 CEO 자리에는 김 의장이 앉는다.
DH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성공을 이룬 김 의장이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김 의장의 경영 능력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장은 이미 베트남과 일본, 중국 등의 해외 진출 경험이 있다. 일본과 중국은 성과가 미미했지만 베트남에서는 배민 특유의 감성에 대한 현지화 전략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도출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달 재진출을 앞두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판 배민 ‘푸드네코’앱은 이번 달 중순 이후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해외 시장에 대한 경력을 빠르게 쌓아가고 있는 김 의장은 우아DH아시아 설립 후 4년 안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두 배 성장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우아DH아시아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지난 31일 시장 획정을 마친 공정위는 심사를 위해 관련 안건을 전체 회의에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