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대주주 3억’ 논란

[스페셜경제=원혜미 기자] 정부가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방침을 고수하면서 동학개미(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미들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도 한 목소리로 정부의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주주 3억 요건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청와대 청원 등 집단반발 움직임

여야, "재검토 필요" 한목소리
정부 "가족합산은 보완" 시사

 가족 합산? ‘현대판 연좌제’ 비판에… 홍남기 “개인별 과세 검토”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은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는 정부가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사항이다. 

 

정부는 당시 25억원이었던 대주주의 범위를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간 과세 형평을 위한다는 차원에서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의 양도차익 22~33%(기본 공제액 제외, 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때 주식 보유액은 가족 합산을 원칙으로 한다. 주주 당사자를 비롯한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산한다.


예컨대 OO전자 주식을 2억원어치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부모나 배우자, 자녀가 같은 종목을 1억원어치 이상 갖고 있다면 내년부터 과세대상이 돼 최대 33%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국도 이를 의식하듯 가족 합산을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세대합산을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3억원 요건은 유지하되 가족합산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해임’ 靑 청원 10만명 넘어


개미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에 10만3043명이 동의했다. 


지난 5일 시작된 이 청원은 다음달 4일 마감된다. 20만명이 넘으면 주무 부처나 청와대의 책임자는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인은 청원에서 “대주주 3억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린다”며 “국민의 여론과 대통령의 개미투자자들의 주식참여 열의를 꺽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얼토당토않은 대주주 3억 규정을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관과 외인들과의 불평등한 과세를 기반으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대주주 3억이 시행된다면 개미들의 엄청난 매도에 기관과 외인들의 배만 채울 것이며 또한 주식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이 돼 부동산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이 명약관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치권도 경쟁하듯 대주주 3억 요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여야가 일치된 입장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기재위 기재부 대상 국정감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세대합산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용진 의원은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를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지 말고 그냥 유예하자”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저도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10억 요건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이다. 이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권한을 행사할 테니 정부는 빠지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동학개미들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 ‘巨與’ 원내대표의 약속


다음 날에는 174석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8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2년 후면 양도세가 전면 도입되는 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상황 변화와 현장 수용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주당은 정책 결정에서 소위 동학개미라고 일컫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2년 유예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한술 더 뜬 야권에선 10억원 유지뿐 아니라 인별 과세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등 12명은 지난 6일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대주주의 범위를 소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는 주주 1인으로 정하는 것 등을 골자로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재부는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면서 막연히 총액 기준을 3억원까지 내리다보니 시가총액 300조원을 넘는 삼성전자의 경우는 100만분의 1 지분마저 대주주로 간주해 ‘그게 무슨 대주주냐’는 반발 빌미를 주었다”며 “기재부의 경제와 재정을 보는 관점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사고에 그대로 머물러 영원한 어린이 피터팬을 보는 것 같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주식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세금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결국 매매”라면서 “보통 주가는 선행하는 지표다 보니 그 기업의 미래가치와 실적에 대한 기대감 등 보이는 부분들이 반영되는 게 특징인데 이런 흐름이 나타나면 그게 깨진다”며 시장 트렌드의 합리적이지 않은 흐름을 우려했다.


이어 “가족 합산이지만 그 가족의 범위가 생각보다 굉장히 넓다. 부부간에도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만난 지 가물가물한 6촌까지 이런 것들은 모두 공유하는 것은 좀 현실적이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최근 홍 부총리의 발표는 현실적인 부분들이 반영된 트렌드 같아 합리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대주주 요건이 완화되긴 했는데 계속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나. 점점 줄어드는 게 너무 아쉽다”며 “대주주라고 하기엔 3억은 너무 적지 않나. 솔직히 3억짜리 대주주가 어딨나. 아파트값도 올라서 부동산도 막혀있고,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주식인데 여기서도 대주주 여건 강화하면서 그 이상 되면 세금을 또 내야 한다는 게 좀 그렇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연말에 과세를 피하기 위해 물량이 나오면 주식 시장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세금 피하려고 매물이 나오겠죠. 팔았다가 다시 사면 되거든요. 12월 말에 팔고 1월에 사면된다. 그러면 세금은 안 내고 그 세금보다 물량이 더 떨어졌으면 땡큐다. 내가 판 값보다 더 내려갔으면 싸게 살 수 있고 차액도 남지 않는가. 주가가 올라도 세금만큼은 안 낼걸요”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611@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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