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합병 시기…일감 몰아주기 회피 목적?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재벌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경영권 승계 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당한 계열사에 그룹 차원에서 일감 등을 주면서 결과적으로는 총수일가가 그 이익을 다시 가로채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한 단순 편법 수단으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행위는 나아가 국내 경제 생태계까지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경쟁력 있는 회사들의 성장 기회를 빼앗아 이들 기업들을 시장에서 도태시켜 공정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이로 인해 국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재벌개혁 1순위’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보다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교묘하게 규제를 회피하는 일부 기업들이 있다. 매번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업체 중에서 중견급식위탁업체인 ‘후니드’를 빼놓을 수 없다.


업계 안팎으로 SK그룹과 태영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고서는 지금과 같은 후니드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후니드는 태영매니지먼트와 합병을 통해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일면서 ‘신종회피전략’이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SK그룹과 태영그룹의 비호 아래에서 지금의 중견기업 ‘후니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내막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기로 했다.

 

SK그룹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폭풍 성장’
특별세무조사 나선 국세청…‘공정위까지 나선다’

최근 국세청은 후니드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2일자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은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본사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돼,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 등을 예치했다. 후니드에 대한 세무조사는 다음달 중순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 내 조사4국이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 횡령, 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 세무조사 ‘이유’에 쏠리는 궁금증


일단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추측은 SK·태광 그룹 계열사와 후니드 간의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된 이유다.


올해 후니드는 SK그룹 총수 일가 소유라는 주장이 재차 제기되면서 총수 일가가 회사에 부당지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지난 5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최태원 SK회장, SK그룹 3세 최영근씨, SK텔레콤 대표이사,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도 함께 수사의뢰했으며, 이들 모두를 같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004년 설립된 후니드는 위탁급식, 인력공급, 건물관리용역, 조경공사업, 방송장비 및 제작시설임대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 거래처는 SK케미칼과 SK하이닉스, SK건설 등 다수의 SK 계열사를 비롯해 태영그룹 계열사인 태영건설 등이다.


이 때문에 후니드와 SK그룹·태영그룹 간 ‘삼각관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후니드 대표이사인 송병재 대표도 SK건설 임원 출신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후니드는 이들 그룹사와의 거래 속에서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12월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후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2002억1297만 원을 기록하는 등 중견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54억원, 2014년 90억원, 2015년 90억원, 2016년 87억원, 2017년 114억원 등으로 4년 만에 ‘2배’가 넘는 이익을 냈다.


최근 3년 동안 후니드의 영업이익률은 6%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계 내에서는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 대기업 계열의 급식업체들이 평균 5~6%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


후니드와 비슷한 규모의 중소급식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머문다는 점에서 SK그룹·태영그룹 사이에 이뤄진 거래와 관련해 부당 지원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형국이다.


이같은 관측과는 달리 후니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세무조사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당의혹과 관련된 사안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제기되는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대해 “법적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이 이슈와는 관련이 없다”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유롭지 못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

SK·태영 외 다른 거래처 없어
흡수합병 통한 신종회피전략 비난

공정위 “검토할 것” 입장 밝혀

‘후니드=재벌 3세 기업?’…규제 피하면서 수십억 배당금 챙겨

회사 측의 입장대로 후니드는 표면적으로 SK계열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후니드를 ‘SK그룹 재벌 3세 기업’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후니드는 처음 설립됐을 당시 SK그룹 창업주인 고(故)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故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자녀 최영근 씨 등 3남매가 지분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삼남매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지간이다. 이 중 최영근 씨는 ‘SK그룹 3세’이면서 ‘장손’이다. 최 회장이 조카를 외면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후니드는 설립 이후 2005년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2013년에는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지분 99.9%를 갖고 있던 태영매니지먼트와 흡수합병됐다.

 

이에 따라 후니드의 지분구조는 최영근 씨 67.7%, 윤 회장 15.38%으로 변경됐다.


이 회사는 태영매니지먼트를 흡수합병하면서 SBS와 SBS플러스, 태영건설 등 태영그룹 계열사용역까지 수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후니드에 대한 최 씨와 윤 회장의 지분은 각각 9.10%, 4.90%로,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 최대주주는 유한회사 ‘에스앤이아이’로, 49.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최영근 씨는 2016년 자신의 지분 38.71%를 ‘베이스HD’라는 회사에 넘겼다. 이후 2018년 이 회사의 100% 자회사인 에스앤이아이가 최 씨가 베이스HD에 넘긴 지분과 윤석민 회장의 지분 10.48%를 양도받아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지분 구조로 인해 후니드는 해마다 부당 지원 의혹을 받으면서도 법적 제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으로 내부거래비율이 매출의 12% 또는 200억원 이상인 법인이다.


이렇게 법의 제재를 피하면서도 핵심 주주인 최 씨 일가와 윤석민 회장은 후니드 성장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합병 이후 윤 회장과 최씨 일가에게 각각 배당금으로 28억원과 98억원이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편법 의혹 사실일까?…회사 정체·합병 시기에 대한 의문

후니드는 교묘하게 법적 제재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여론적인 비난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대기업 총수일가 2·3세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는 신설회사를 만들어 일감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운 뒤,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형화된 공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후니드의 사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데 있어 ‘신종’ 꼼수전략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더 큰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에스앤이아이의 정체와 흡수합병시기 등이다.


가장 먼저 최씨 일가와 윤석민 회장이 후니드의 주식을 넘긴 업체에 대해 정작 알려진 사실이 없다보니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현재 베이스HD에 대한 정보는 취업포탈사이트 사람인에 등록된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김영애 ▲직원 6명 ▲2018년 영업이익 –14억원, 당기순이익 66억원 등 외에는 알 수 없다.

 

이 회사의 지분은 김수성 씨가 100% 보유하고 있는데 이 인물이 누군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에스앤이아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설립된 경영컨설팅업체로 신문수 씨가 대표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으며, 베이스 HD와 같은 주소지로 등록돼 있다.


참여연대는 “에스앤이아이는 베이스HD의 100% 자회사인데 베이스에이치디는 최 씨 삼남매의 지분 38.71%가 포함됐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이 후니드 최대주주”라고 주장했다.


후니드가 태영매니지먼트와 흡수합병한 시기도 미심쩍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3년 10월 1일 대기업 게역사의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태영매니지먼트는 다음날인 2일 후니드와 합병을 발표했다.

 

그리고 회사는 태영건설 여의도·마포사옥 관리는 물론 윤 회장이 태영건설로 지배하고 있는 SBS미디어 그룹 일감을 받아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SBS본부장은 “현재 SBS골프, 드라마 등 케이블방송은 후니드가 없으면 조정실 운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인력 집중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 일가와 윤 회장 등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영매니지먼트와 후니드 간 합병을 추진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총수가 다른 재벌대기업의 특수관계인 소유 기업(후니드)·계열사(태영매니지먼트) 간 합병으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줄인 뒤, 베이스에이치디라는 페이퍼컴퍼니에 지분을 양도하는 복잡한 방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신종 회피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국감에도 등장한 후니드 사례…공정위 “검토할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사안은 올해 국정감사에도 등장했다.


지난달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후니드 사건을 조사해 위법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태영매니지먼트와 후니드는) 2013년 합병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합병 후 후니드의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삼성·LG 용역 제공업체 수준인데, 이는 SK와 태영이 후니드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그는 “윤석민 회장은 직원 6명 수준인 유한회사에 후니드 지분을 양도했다”며 “(윤석민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후니드) 지분율을 낮춰 사익을 편취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 사례는 공정거래법상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은 처벌하고 제도는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조성욱 위원장은 “(이학영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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