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 일가가 2012년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400m 결승전을 찾았다가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상속인들이 내야 할 세금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 보유한 주식 평가가치만 18조원에 이르며 와병 중에도 한국의 주식 부호 1위를 지켰었다. 이처럼 보유 자산의 규모가 큰 데다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속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 

 

세무업계에서는 주식 평가액의 60%, 나머지 재산의 50%를 상속세로 내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라면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 △삼성생명 4151만9180주 △삼성물산 542만5733주 △삼성SDS 97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23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18조2251억원이다.

 

이 회장은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관련법상 주식 가치를 환산할 때 20% 할증이 붙는다. 이 회장의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21조8700억원이 돼 세율과 자진신공데 따른 공제(3%)를 적용하면 보유 주식 상속세만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등 다른 재산의 상속세율은 50%로 적용된다. 

 

상속인들은 상속세 총액 가운데 자신이 상속받은 비율만큼 납부하게 된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통상 법정상속분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1씩이지만 승계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생전 작성한 유언장대로 상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상속인들은 사망 이후 6개월 뒤인 내년 4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납부를 하면 된다.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예상되는 만큼, 상속인들이 한꺼번에 세금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연부연납은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을 낸 뒤 나머지 세금은 연 이자 1.8%를 적용해 5년간 나눠 내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상속세 9215억원을 이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액수가 커 재원 마련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의 경우, 2017년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배당금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 배당 확대를 통한 배당 수익 확충, 총수 일가가 출자한 공익재단 지분 환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경영권 승계가 미완인데다 정부·여당이 보험업법 개정안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총자산의 3%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한다. 이들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4억주, 20조원대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지배구조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두려면 보유 지분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액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배당 이익과 일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를 낸 뒤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이 작업은 속도를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해 “현재로선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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