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다.

다만 정부는 농산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최근 물가 하락은 지난해 농산물 가격 폭등 및 높았던 물가 상승률의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와 유가 하락 등 일시적인 ‘공급’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봤다. 마이너스 물가 자체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저물가 추세를 두고 정부와 다른 분석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것에서는 정부와 의견이 일치하지만, 물가 하락의 원인을 고급요인이라는 정부와 달리 KDI는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수요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28일 KDI는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부 복지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의 품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날씨와 유가에 영향을 받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과 서비스도 물가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물가 하락에 대해 고교 무상교육 실시와 농산물 수확량 확대 등 정책적,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과 반대되는 의견이다.

다만 물가 하락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정부와 맥을 같이 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15일 발간한 ‘국내 소비자물가의 특징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해 저물가 상황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저물가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주요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물가상승률 추세가 경기회복과 함께 점진적으로 반등해 물가안정 목표 수준을 회복했다.

주요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물가상승률 추세가 반등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을 반영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 KDI의 지적이다.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정규철 연구위원은 “주요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물가상승률 추세가 반등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을 반영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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