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대림산업 분할 주총
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지배력 강화
국민연금·외국인 투자자 반대 예상

▲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대림산업의 기업 분할을 두고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란 견해가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19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냈다. 내달 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기업 분할을 최종 승인하게 된다. 

 

대림산업 기업분할의 가장 큰 관심은 그룹 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림산업의 기업 분할은 표면적으로 ▲사업경쟁력 강화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및 경영안정성 증대 등을 목적으로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이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사명을 ‘디엘(가칭)’로 변경하고, 대림산업 내 건설사업부문을 ‘디엘E&C(가칭)’로 인적분할한다고 밝혔다. 디엘E&C는 재상장심사를 거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 할 예정이다. 대림산업 내 석유화학사업부문은 ‘디엘케미칼’로 물적분할해 디엘(구 대림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다.

 

▲ (왼쪽) 현재 대림그룹의 지배구조. 분할 전 / (오른쪽) 분할 후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로서 대림산업을 지배하고는 있지만 여타 대기업 오너들과 비교하면 지배력이 다소 낮다. 이 회장이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62.5%지만, 대림코퍼레이션이 쥐고있는 대림산업의 지분은 21.7%에 불과한다.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23.12%에 그친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대림산업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한 것을 두고 이 회장의 그룹 내 약한 지배력 및 의사결정권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건강을 신경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등 한해의 목표실적 및 계획 등을 밝히는 것이 통상적인 신년사에서 경영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또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대림산업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를 통해 회장의 개인 기업인 자산관리 중개업체 ‘에이플러스디’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며 오너십을 의심받았다.

이 회장이 수장으로서 대림그룹의 경영을 이끌어 가기 위해선 핵심 자회사인 대림산업에 더 강한 지배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이번 기업 분할의 실질적 목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엘(대림산업)은 상장 후 현물출자를 통해 대림코퍼레이션을 상대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에게 인적분할돼 있는 디엘E&C를 자회사로 편입해, 대림코퍼-대림산업-대림E&C 지배구조를 형성할 방침이다.

쉽게 말해 디엘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디엘E&C이 디엘에 존속되는 구조를 만들어 이 회장이 대림코퍼부터 대림산업, 대림E&C에 까지 고루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물출자는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자본조달 방법으로, 차익실현을 할때까지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2021년 말까지). 지주회사인 대림산업에겐 특혜인 셈이다.

왜 합병이 아닌 분할 택했나
이 회장이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 합병이 보다 더 단기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의 흡수합병은 현실적으로 위험부담과 실패확률이 크다. 대림산업은 상장사로, 합병 시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 대림산업은 저평가 받고 있고 있어, 대림산업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13%)과 외국인 투자자(42%)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3분기 수주는 6조8000억원으로 목표인 10조9000억원의 62%를 달성했고 저유가로 플랜트 수주가 줄어들지만 큰 감소는 없을 전망”이라며 “대림산업은 이익 체력 대비 저평가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비상장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은 합병시 수익가치6 : 자산가치4 비율이 적용되므로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 합병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에게만 유리하다. 주주들의 반대와 압력은 불보듯 뻔하다.

 

▲ 대림산업의 기업 분할 추진 과정 총정리 (자료=대림코퍼레이션, 대림산업)


한편 대림산업의 기업 분할을 확정짓기 위해선 내달 4일 예정된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동의 표를 3분의 2이상 확보해야하고, 발행주식 총 수의 3분의 1이상의 찬성을 받아내야한다. 주총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대림산업은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기업 분할을 실시할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