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 오너 2세들이 852억원의 상속세가 부당하다면서 불복절차를 밟고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세청이 한진가 다섯 남매의 상속세 852억원을 부과한 것은 2018년 4월이다. 이후 5월 당시 한진그룹은 보도참고자료를 내 상속세를 5년간 분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그해 7월, 고 조양호 전 회장을 비롯해 조현숙 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전 명예회장의 국외 재산 상속분에 매긴 상속세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아울러 셋째인 고(故) 조수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최은영씨도 같은 내용의 심판을 청구하면서 한진가 2세 모두 과세에 불복했다. 상속세 부과의 정당성은 다섯 남매가 한진그룹 창업주이 고 조중훈 전 명예회장의 해외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판가름난다.

앞서 국세청은 2017년 말부터 한진가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창업주인 고 조중훈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 계좌 예치금과 프랑스 파리 부동산 등 국외 재산에 대한 상속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와함께 고 조중훈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계좌에서 그가 사망하기 4개월 전인 2002년 7월부터 약 580억원 가량이 인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국세청은 ‘상속 개시일 전 처분 재산의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서 인출된 돈까지 포함해 총 85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세청은 한진가 2세들이 납세 회피를 목적으로 선친의 해외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고 조양호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2세들은 뒤늦게 발견됐다며 이미 납세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한진가 2세들은 고의가 아닌 단순 신고 누락의 경우 세금 부과 기간이 10년 이므로 상속세 납부 의무는 조중훈 전 명예회장 사망 6개월 뒤인 2003년 5월부터~2013년 5월까지로 이미 과세 기한이 지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미 고 조중훈 전 명예회장 사망 직전 스위스 계좌에서 5000만 달러가 인출된 사실을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등이 알고 있었다고 보고 고의로 신고를 누락했다고 봤다. 이 경우 세금 부과 기간은 15년으로 늘어나 2018년 5월까지 과세할 수 있다.

국세청은 상속세 부과 당시 고 조양호 전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해외계좌 미신고 혐의(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김유정 판사는 해외계좌

김 판사는 “선친 사망 이후 5년간 해외 보유계좌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 계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수년간 신고의무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세심판원이 한진가 2세들의 청구를 기각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조세심판원이 한진가 오너 2세들의 손을 들어주면 이들은 852억원을 내지 않을 수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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