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림산업 기업분할 관련 청원글. 해당 청원은 내달 9일 마감된다. (출처=청와대 공식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대림산업 기업분할이 결정될 주주총회를 열흘 앞두고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 기업분할은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반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림산업의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이번 기업분할에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한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며 분위기는 과열되고 있다.

그러나 대림산업 지분을 13.47% 갖고있는 대주주 국민연금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지않는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현재 자문위원회 개최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이번 대림산업 기업분할에 관한 국민연금의 입장은 어떻다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한 대림산업 일반주주는 이달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기업분할을 ‘지배주주의 횡포’라고 비판하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청원글은 “이번 분할 과정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이해욱 회장)가 신설될 지주회사(디엘, 구 대림산업)의 최대 지배주주에 오르게 돼있는 형태로, 오롯이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비례적 이익보호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피해를 보고있는 주요 기관투자자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맞춰 목소리를 내달라”는 내용이다.

비록 국민연금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진않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국민연금이 LG화학 베터리 분사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반대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분할 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LG화학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LG화학 분사 반대건을 두고 국민연금이 공적 연금제도를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주장과 국민 여론 등을 무시할 순 없었다는 견해가 나온다. 따라서 이번 대림산업 분할 주총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다시 일반개인 소액투자자들과 뜻을 함께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인 투자자, 변수되나
국민연금 외 대림산업의 지분 38%는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도합 약 51% 이상의 지분율을 쥐고있는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에 따라 대림산업 기업분할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로 국제의결권자문기구(ISS)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해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편인데, ISS는 이번 대림산업의 기업분할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진행될 주주총회에 우호 세력이 얼마나 출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민연금의 판단이 투자자의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개인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액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림산업의 기업 분할을 확정짓기 위해선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동의표를 3분의 2이상 확보해야하고, 발행주식 총 수 3분의 1이상의 찬성을 받아내야한다. 주총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대림산업은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기업 분할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주주들이 기업분할을 반대하는 이유
대림그룹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디엘(대림산업)은 상장 후 현물출자를 통해 대림코퍼레이션을 상대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에게 인적분할돼 있는 디엘E&C를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기업분할을 통해 디엘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디엘E&C이 디엘에 존속되는 구조를 만들어 이 회장이 대림코퍼부터 대림산업, 대림E&C에 까지 고루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게 만들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그룹의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을 62.5%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대림산업은 완벽하게 지배하진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지분은 21.7%에 불과하며, 총수 일가의 지분을 총 합해도 23.12%에 그친다.

이 회장은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다분하고, 기업분할이 그 일련의 과정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림산업 일반주주들은 ▲기업의 분할·합병 과정에서 지배주주·일반주주간 정보의 불균형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 손해(주주가치 훼손) 등을 문제삼고 있다.

대림산업 일반주주가 올린 청원글에선 “대림그룹의 지배주주는 과거 갑질논란과 현재도 진행 중인 사익편취 재판 등으로 인해 올 초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음에도 기업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분할 과정은 오롯이 현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