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고체 연료를 쓰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한 상황. 고체 연료 ICBM이 새로운 길의 일환이 될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미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각) “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전에 없던 움직임이 보인다”며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ICBM을 쏘기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은 동창리 엔진 실험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6일 “관련 시설을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정찰·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역시 대북 정찰을 강화하고 있다. 미군 정찰기인 RC-135S 코브라볼(콜사인 타미09)과 RC-135V 리벳조인트(콜사인 토라24)가 6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미군이 동창리 엔진 실험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우리 군과 미군, 미국 언론까지 동창리를 주시하는 이유는 이 활동이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과 9월 남북 정상회담의 대표적인 성과인 ‘동창리 시설 영구 폐쇄 약속’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액체 연료 대신 고체 연료를 쓰면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 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동식 발사가 가능해진다. 또 고체 연료는 위험하고 부식을 일으키는 액체 연료보다 오랫동안 미사일 내부에 보관할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이 고체연료 ICBM 개발을 위한 실험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고체 연료는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직결돼있다. 진정한 의미의 이동식 발사를 위해선 고체 연료를 써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발사 전 ICBM을 일으켜 세운 후 액체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현 시점에서 북한이 이동식 발사를 하지 못한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그간 북한은 고체 연료 ICBM을 개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9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북한이 함흥 미사일 공장 등에서 활발하게 고체 연료 생산과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실제로 2016년 3월 “고체 연료 미사일 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8월 북극성-1형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수중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2017년 2월에도 북극성-1형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는데 여기에 사용한 연료가 고체연료라 전해진다. 10월 발사한 북극성-3형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의 경우 3단 고체 연료 추진체 미사일로 평가됐다.

이처럼 고체 연료 기술 향상에 집중해온 북한이 이제는 ICBM 엔진 시험에 나설 정도로 기술 수준을 높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먼저 탐지해 선제 타격한다는 ‘킬 체인’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 킬 체인은 액체 연료 미사일을 전제로 짜놓은 것이기 때문에 고체 연료 미사일이 배치되면 킬 체인의 전면적인 수정·보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고체 연료 ICBM의 등장만으로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 역시 있다. 북한이 아직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1세기군사연구소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연료 기술을 해결하는 것과 재진입 기술은 별개"라며 "ICBM 완성을 위해서는 재진입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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