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시내 한 대형 외국인면세점 앞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서울 시내면세점의 추가 입찰이 끝내 ‘유찰’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화에 이어 두산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수익성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시내면세점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면세업계 전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6개’에 불과하던 시내면세점이 현재 13개로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수수료경쟁으로 나날이 수익성만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순적이게도 올해 3분기(7~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8% 늘어난 54억 달러(약 6조318억원)를 기록했다. 외국인 면세 매출은 45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그럼에도 면세업계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은 ‘유커’라고 불리는 중국 관광객에게서 나오는데, 이중 70% 이상을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차지한다.

국내 면세점은 중국 여행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따이궁을 유인하는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수수료가 평균 20%에서 최대 40%까지 치솟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서울 시내면세점3곳을 포함해 전국 총 5곳에 신규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혀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대기업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시장 철수를 선언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면세점을 확대해나가면 오히려 중소·중견 면세점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시내면세점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업계의 출혈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다음달로 예정된 시내면세점 입찰은 사상 유례없는 낮은 경쟁률, 심지어 유찰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관세청은 다음달 11~14일 시내면세점 신규 허가신청을 접수하고 서울 3개를 비롯해 광주 1개, 인천 1개 등 전국 5곳에 시내면세점 특허를 내줄 예정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로 예정된 정부의 시내면세점 입찰에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빅3’가 모두 불참을 예고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대기업 면세점들이 입찰 참여의 선을 그으면서 사상 초유의 입찰 미달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 매출은 9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80%에 달합니다.

그러나 중견기업인 동화·SM면세점은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각각 20%, 12% 정도 줄었고 직원과 규모도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내면세점 입찰을 강행하면 한화, 두산에 이어 업체들은 줄줄이 사업철수를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출혈 경쟁만 부추길 것이 아니라 관광인프라 확충을 통한 소비층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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